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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Nov 12. 2023

수학쌤은 무서워야 아이들이 공부할까요?

우리 학원은 원장쌤이 너무 착해서 애들이 공부를 안 한대요.


얼마 전, 수업을 다 마친 지현이가 하원체크를 누르려다 말고 묘한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응? 무슨 소리야? 누가 그래?"

밑도 끝도 없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 되물었다. 

"어제 영어시간에 수학학원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영어쌤이 우리 수학학원에 대해서 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던대요."

"아, 영어쌤이? 그분이 우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나?"

"전에 같은 건물에 있었다고 하던대요. 그러면서 수학학원은 일단 쌍욕 기본으로 박아가며 애들 잡아야 한다고요."

"아... 그렇게 하면 공부 열심히 하는 거야? "

"몰라요. 암튼 저는 우리 학원 좋다고 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지현이는 후련한 듯 총총걸음으로 나갔다.

혹시 수학강사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건가요?  (사진출처: 영화 '위플래쉬' )




그동안 많은 감정과 생각이 거쳐갔다. 이제 담담하게 이 글을 쓰려고 한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김종원 지음, 서사원, 2023)의 저자는 어떤 분야든 세 가지를 질문하라고 한다. 거기에 맞추어서 나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해본다.

      

1. 나는 수학강사를 뭐라고 생각하나?     


수학강사는 코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운동경기에 임하는 선수에게 기초, 기술, 전술, 멘탈 훈련까지 담당하는 역할인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열심히 본다고 축구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기초훈련을 열심히 하고, 기술을 익히고, 전술을 이해하고, 멘탈관리를 하여 본 경기를 뛰고, 거기서 겪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오늘날의 손흥민 선수를 만들었을 것이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수학은 학습한 개념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것에 필요한 능력이 계산력, 이해력, 추론력 등이 있다. 많은 개념을 알고 공식을 달달 외우고 있어도 문제풀이에 쓸 수 없다면 필요 없는 지식이다. 즉, 수학은 지식을 쌓는 과목이 아니라 능력을 쌓아야 하는 과목이다. 그러므로 지식을 능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이 바로 수학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나?     


학생들이 정말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 어려워요?” 내용만 바꿔서 똑같은 질문을 많은 학생들이 한다. 이 학생들은 언제든지 수학을 어려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어’, ‘고등학교 가면 다 수포자 된다더라’, ‘우리 엄마(혹은 아빠)가 수포자였다고 하니까 나도 수학머리가 없겠지’ 이러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것은 질문을 가장한 체념으로 들린다. 

입시 과목으로서의 수학은 재능이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의 습관이 수학실력으로 쌓이는 것이다('매일의 땀이 나의 위대함'이라고 손흥민 선수가 말한 것처럼). 습관을 지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적과 비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칭찬은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칭찬도 잘해야 한다. 좋은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모든 학생은 고유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도 다 다르다. 수학강사는 그 학생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장점은 칭찬하여 더 살릴 수 있도록 하고 단점은 격려하여 수정, 보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3. 도움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되길 바라나?


언젠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손흥민 선수가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사람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죠. 어떻게 항상 잘하겠습니까? 축구를 행복하게 하면 되는 거죠."

사진출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손흥민 선수에게 축구하는 목적이 행복이듯이, 학생이 수학공부를 하는 목적도 행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수학공부로 행복해지냐고? 힘든 것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 아니다. 수학공부를 하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하는 과정은 힘들고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해나가면 어제보다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길 바란다. 



어제 수업시간에 숙제를 많이 틀려온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너는 너의 장점을 알고 있니?"

"네?...."

"아, 나는 너의 장점을 알고 있는데, 너는 모르는구나. 알려줄까?"


이 학생은 계산에 실수가 많은 학생이다. 그런데 설명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잘하는 장점을 가진 학생이다. 암기해서 말하는 것은 못하지만, 자신의 것으로 소화된 것만큼은 선명하게 말하는 학생. 계산도 설명하면서 해보라고 했더니 "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무엇이 틀렸는지 정확하게 스스로 찾아냈다. 만약 이 학생에게 "너는 계산력이 부족하니까 50문제 더 풀어와"라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학생은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아마 수학에 질려버리고 '나는 수학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낙인찍었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말해줬을 때 그 학생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혔다. 

'그래, 우리는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 방법을 잘 모를 뿐이야.' 


수학 때문에 좌절하거나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수학이 뭐라고 포기하냐, 수학은 해볼 만한 것이라고, 너는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이 말을 진심으로 해주기 위해서 나는 진짜 착한 수학강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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