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다움을 정의하는 법

by 차안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지?

각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마도 박물관을 꼽는 사람은 드물 거다. 사실 난 미국의 게티 박물관 정도는 꼽겠는데, 그 정도 스케일의 감동을 선사하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요세미티에 밀린다.) 대개는 관광을 위한 전시다. 전시를 위한 관광보다는.


여행엔 계획파와 무계획파가 있다. 계획파에 좀 더 해당되는 나에겐 루트를 짜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여행 장소에 대한 이해'다. 그 이해를 위해 각종 관광지들은 이용당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 그 관광지 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움이 생겼다.


부산을 가던, 서울을 가던 그 코스는 거의 동일하다. (물론 이건 나의 창의력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가격대와 분위기와 지나가는 대다수들의 억양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럼 단순히 '분위기를 사는 행위'를 관광이라고 하는 건가.


그러기엔 여행이라는 단어에 설렌 게 좀 억울하니까 관광의 정의를 다시 내려보기로 했다. 우선, 관광이라는 단어를 뜯어보자. 볼 관에 빛 광, 빛을 보다. 이쯤 되니까 '분위기를 사는 행위'라는 정의가 옳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관광지에서는 돈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알코올을 한 잔도 걸치지 않았는데도 호객 행위가 넘쳐난다. 그리고 대체로는 나쁜 가성비로 관광을 흐리곤 한다. 기분 좋은 여행을 하고픈 소비자는 이 모든 행태들을 눈 감아준다. 자연경관을 보는 데 돈을 지불하라면 억울하다. 몇천 원 때문이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지불이 아니라 관광공사의 잇속을 챙기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지마다 다르겠지만, 대개는 관광공사가 해당 시보다 가져가는 수익이 몇 배로 많다.


그렇다면 이런 소수의 이득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생각해 보자. 베트남 하노이의 맥주 거리에는 수십 개의 좌판이 있고, 골목마다 술집과 클럽까지 센다면 그 수가 훨씬 많을 거다.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행인의 팔을 잡고 아는 온갖 외국어를 던질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그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복작함과 소위 말하는 돈 냄새가 그곳의 아이덴티티다. 이 아이덴티티는 그곳의 관광지 다움이 된다. 이로부터 얻게 되는 수익은 불특정 다수인 좌판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즉, 모든 관광지가 요란한 깡통인 건 아니다.


최근엔 여행 배달이라는 걸 상품화시켜서 실제로 판매하고 있다. 랜선 여행을 콘텐츠로 한 영상들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중 집중해서 볼만한 건 '집콕 여행 꾸러미'라는 거다. 여기엔 지역의 특산품, 고유의 음식, 지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만들기, 여행지 소개자료, 체험 영상 등 풍부한 볼거리가 담겨있다고 소개한다.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의 오감을 모두 사용했으니 이 꾸러미에 부족한 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한 대리 설렘에 불과하다. 우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건 직접 맞는 바람, 공기, 복작함, 계획에 없던 소비 같은 거니까. 그게 관광지 다움이 아닐까.



신생 작가, 채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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