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 넷, 위인이 되기로 했다

by 차안빈

나는 자격증이 몇개 있다. 어릴 적부터 꽤 공부를 열심히 시켜주신 엄마 덕에 다양한 자격증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따지 않고 손이라도 댄 자격증까지 합하면 그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 덕에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엑셀, ITQ, ppt, e-test, 한자 3급, 컴활 1급, 한국사 심화1급, 토익900, 토플, 일반 기계 기사 등등. 물론 내가 딴 자격증 중에서 하나도 어려운 것은 없다.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도 시간만 투자하면 아무나 딸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그저 시간을 투자했고, 그 '아무나'가 된 것일뿐.


우리 모두는 평범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침 받지 않았다. 바를 정을 수 번 그리며 위인전을 낭독했다. 내 이름을 인터넷에 치면 내 얼굴이 당연히 뜰 것이라 기대하며 성장했고, 희망 직업란에 pc방 주인이라고 쓰면 혼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 '아무나'가 되기 위해 몇십만원치 인강을 듣고, 학원을 다니고, 목숨의 경중을 재본다. 크면서 내가 막연하게나마 상상했던 나의 모습과, 평범해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 모습 간의 괴리감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20대, 어쩌면 30대까지, 취준생 중 대개는 취포생이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 내 주변을 살피며 취포생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다양하다. 욜로를 외치며 휴학 또는 자퇴한 친구? 막연히 돈 많이 벌거라고 외치고 다니는 21학번? 취업에 실패하고, 낮은 학점을 들고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친구? 그들은 안 보이는 곳에선 그들 나름의 노력 중일거라 믿는다.


나는 그 빡세다는 과기원의 기계공학부를 칼졸업하고, 자대 대학원을 진학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공대 대학원생을 대하는 시각은 다음과 같다. 연구에 빠진 극히 일부를 제하고, 취업에 실패해서 현실 도피로 대학원을 온 사람들. 의대와 맞먹는 공부 년수를 채우면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길을 걷는 사람들.


대부분의 이슈에 "그럴지도?"라는 대답을 내놓는 내가, 이번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걸 내가 직접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미래의 대학원생들과 어쩌면 당장은 대학원을 진학하지 않더라도 연구에 깊이 얽매여 살아갈 내 후배들을 위하여. '아무나'가 되진 않을 거다. 어쩌면 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 중, 무기력증에 빠져 스스로의 길을 불투명한 눈으로 보는 사람에게 멋진 말을 공유해주려고 한다.

오은영 의사) 세상에 대한 aggression을 키워라!


세상은 넓고, 멋쟁이들은 참 많다. 나는 참 하찮다. 멋쟁이가 돼보고 죽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나? 어차피 죽을 거라면, 무기력하다면, 되는대로 질러보자. 세상을 공격적으로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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