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20대를 살고 있는 느낌인가 지금?

어른이의 감상문 #1 <호밀밭의 파수꾼>

by 차안빈
당신은 20대를 살고 있는 느낌인가 지금?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에 굳은살이 배기고, 어떤 일에도 무던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 말에 문득 화가 나곤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이 무뎌지는 게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 감정을 방관하는 거다. 굳이 곱씹어 보살피지 않고, 내버려 두는 거다.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쉬이 내 감정에 무관심한 채로 방관하게 된다. 매분, 매초는 내 감정에 달려있고, 희로애락의 곡선에 따라 행복함을 느끼는데.


다시 생각한다. 내 감정을 방관하는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할 거다.


타인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변화를 캐치하는 것은 아주 쉽다. 문제는 그 변화의 해석. 그 해석에 따라 내 기분과 행동이 달라진다. 내가 오래 본 사람에 대한 해석은 대개 들어맞는다. 하지만, 들어맞지 않고 오히려 되돌아와 쓰라리게 박히기도 한다. 대개 들어맞는 해석 중에서도 가슴에 박히는 것들이 있다. 가령, 웃는 듯하다 선을 넘을라치면 가차 없이 한숨 쉬는 공허한 눈빛 같은. 문제는 그만의 선을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대개의 깊은 관계란 서로의 선을 어느 정도는 아슬히 지키면서도, 꽤 높은 확률로 속을 점쳐 볼 수 있는 사이인 거다.


나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볼 때, 꼭 한 슬라이드만 보고 빠져나와서 옆으로 넘긴다. 내가 수용 가능한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굳이 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이야기들은 나에게 작은 파동을 넘겨주고, 나는 그 파동을 모으다가 결국 그들의 중첩에 휩쓸리어 버린다. 그래서 나는 선택적으로 파동을 수용하기로 했다. 내가 감당 가능한, 함께 감당하고픈 이야기만 공유하고, 공감한다. 내 파동에 손 내밀어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손을 뻗어 잡는다.


YOLO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나는 나의 20대가 부끄러웠다. 돈과 시간을 펑펑 쓰는 친구들 옆에서 작아져 갔다. 내 자존감의 안녕을 쉬이 묻는 친구들에게서 나는 더욱 열심히 숨었다.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나는 수없이 우울했고, 수없이 나를 되돌아봤으나, 아직도 나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좀 더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알았다. 나에 집중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내 호불호를 알고. 내 호불호를 확실시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으로 들어차 탁하던 주변 공기는 가벼워져 있었다.


이제 숨이 쉬어진다. 나는 본디 주변이 무거우면 나를 잃는 사람이기에.


<호밀밭의 파수꾼>

고전 명작이라는 이 책은 지금의 힐링 도서와 다를 바가 없다. 매 구절이 그다지 튀지 않으나, 마음에 찌르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너무 거창하지 않나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중 하나는,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단호한 사람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수정한다.) "요지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 재밌다"는 대사였다. 그러던 중 마주한 그 속에는 사담이 많았고, 결코 세련되지 않았지만 궁금한 이야기가 많았다. 옆에 있었더라면 그 하나하나의 썰을 듣고 싶었다.


그러기에 내가 참 파수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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