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혀

by 차안빈

나는 물건마다 페르소나가 있다. 원래부터 있었다기 보다는 언젠가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페르소나를 쓰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그 상처들은 누군가의 탓이기보다는 내 자격지심 때문인 경우가 더 많지만 뭐가 됐든, 나를 위함인 건 틀림없다.


회색 가방이 있다. 누군가 왜 예쁜 가방을 사지 않느냐고, 몇 년째 본다며, 그건 닳지도 않냐며, 브랜드가 뭐냐며 물을까 두려워서, 어느날 출근하던 나는 페르소나를 하나 만들어 썼다.

아~ 이 가방 산 지 오래됐죠. 그 당시 친한 친구들과 어쩌다 보니 다른 색, 같은 가방을 메고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가방이에요.

당시 만원도 안 하던 가방을, 용돈을 받아 쓰던 그 당시 우리는 하나씩 장만해서 들고다녔다.

아~ 이거 들고다닌지 오래됐는데, 닳지를 않네요. 물건도 많이 들어가고 가벼워서 좋아요 질리지도 않고.


이런 대화를 상상하며 출근하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만약, 정말 만약 이런 상황이 온다면 상처받을 상황을 피했다는 안도감에.


가면을 벗어놓고 누군가를 대하는 건 쉽지 않다. 혹자는 가면을 갈아 쓰는 게 더 어렵지 않냐지만, 이미 형성된 분위기 속에서 가면은 오히려 편안한 도구가 된다. 그걸 내려놓고 나를 보여주는 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용기내 내보였는데, 무시나 공격을 당하면 그 충격은 몇 배가 된다.

그래서 쉽사리 내려놓지 않는다.

그래서 비밀을 만든다.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혀를 이렇게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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