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쓰는 일기장

by 차안빈

2021년 1월 10일에 선물을 하나 받는다. 일기장이다. 내 평생 내 돈 주고는 사지 않을 귀여운 일기장이다. 스티커도, 볼펜도, 달력도 예쁜 일기장이다. 사실 기다렸다. 내 회색 필터가 씌워진 일상에 예쁨이 더해지는 기분이라, 기다렸다.


일기를 쓴다. 4월 언젠가, 그때까지 일기를 쓴다. 그리고 9월에 돌아온다. 새벽에 울면서 일기를 썼다. 샤프가 없어서 굴러다니는 파란색 볼펜을 휘어 잡는다. 대상 없이 잔뜩 쓰여진 그 페이지는 얼마나 힘을 줘서 썼는지 다이어리를 툭 치면 그 페이지로 넘어가 열린다. 꾹꾹 눌러 쓴 파란색 볼펜 자국은 내 인생의 모든 장르를 망라하겠다는 듯 휘어갈겨지며 두 페이지를 넘어간다.


그 페이지는 두고두고 내게 위로가 된다. 과거의 힘들었던 나는 현재의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나는 언제까지고 툭하고 쳐서 21년 9월 24일의 나를 찾을 거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내게 작은 위로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하나씩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어제가 있어서 오늘의 나는 단단해졌고, 위로 받을 곳이 생겼고, 내 마음 속 한 켠에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생겼다.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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