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다. 막 갖다대고 찍어도 마치 광각으로 정성들여 찍은 것 같은 하늘이 되는 날.
이런 날은 노을도 뭉클하게 진다. 언젠가 제주도에서 본 듯한 하늘이다. 겹겹이 유화를 덮어놓은 것 같은 하늘. 겹겹이 쌓을 적에 세심하게 붓의 터치를 조절한 덕에 구름 꼬리가 생겼네. 괜히 구름의 한 겹이 벗겨질 때까지 하늘을 쳐다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으면 마치 거북목이 치유되는 듯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을 가서 행복했던 '나'들은 예쁜 하늘을 봐서 행복했던 게 아니라, 예쁜 하늘을 예쁘다고 느끼면서 실컷 쳐다볼 수 있어서 행복한 거였나.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최고로 많아지면 집에 가기 싫어진다. 그럴 땐 방향을 틀어 가막못으로 향한다.
가막못 돌담에 가만, 앉아 벌레를 쳐다본다. 피하지 않는다. 그럼 그냥 나무인가, 하고 물지 않을 것 같다. 저멀리, 아니 코 앞에 있는 못에 비친 불을 본다. 달도 보인다. 별은 보이나,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시간을 보면 한시간씩 어물쩡, 지나가 있다. 그렇게 내 나선의 축에 돌발축이 껴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내 나선도 한반경씩 어물쩡, 내려가 준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곳의 돌발축을 경유한 뒤, 본래의 축으로 돌아온다. 최종 축은 바뀐 듯 보이겠으나, 결국엔 내 나선의 축이다.
그렇게 봄을 부여잡고 가을로 걸어가는 여름 어딘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