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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바냐 Aug 20. 2015

할머니 댁 가는 길

from 차천

  비포장길을 비틀거리면서 달려온 시외버스가 차천에 잠시 멈춰 섰다. 초록색 포대기로 아기를 등에 업고, 오른쪽 어깨에는 커다란 기저귀 가방을 메고, 한손에는 시장에서 장 봐온 반찬거리를 다른 한손에는 어린 내 손을 잡은 엄마가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는 먼지를 일으키며 떠났고, 차멀미로 아기는 엄마 등에서 힘없이 칭얼거렸다. 차천 다리에서 할머니 댁까지 30여분을 더 걸어야 했다.


   엄마손을 잡고 동요를 하나씩 불러가면서 길을 걸었지만, 절반도 가지 않아 싫증이 나고 발이 아파왔다. 나도 업어달라며 엄마손에 매달리다시피 떼를 썼다. 엄마는 길에 아기를 두고 가랴, 기저귀 가방을 버리고 가랴하면서 나를 어르고 달랬다. 엄마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 늪지대를 지나서가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엄마와 내가 악어떼를 외칠 때, 엄마가 내 손을 잡은 팔을 번쩍 들었고 나와 아기는 까르륵 웃었다.


  그날의 노래는 오랫동안 엄마의 높다란 등에 업힌 아기와 왠지 설움에 코끝이 시큰했던 흙길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때 어린 두 발을 스스로 안쓰러워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홀로 두 아이를 데리고 농번기 일손을 도우러 시댁 가는 엄마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고되고 무거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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