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외동인 아이는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마다 혼자 놀아야 했다. 주말에는 아빠가 늘 함께 놀아주었지만, 평일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었다.
혼자 노는 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모양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놀아달라 조르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도 너무 재미있게 잘 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 낸 다양하고 흥미로운 놀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스스로 만든 놀이 속에 흠뻑 빠져 있었으므로 나는 해야 할 일이 다 끝난 뒤에도 계속 일을 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내가 설거지를 할 때 아이가 가장 즐겨 하던 놀이는 자석 괴물 만들기였다. 어딘가에서 사은품으로 받아왔던 모양 자석들을 냉장고에 붙여놓았는데, 싱크대 바로 옆에 있는 냉장고는 엄마가 잘 보이는 마음 편한 놀이 공간이였던 것이다. 늘 작은 의자를 끌어와 놓고 앉아서 이렇게도 만들었다가 저렇게도 만들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던 갖가지 모양 자석들은 냉장고에 붙어 있던 잡다한 다른 자석들과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는 모양의 괴물들로 변신했다. 육아에 지쳐서 청소 따위는 대충하고 살았던 그 시절, 정리되지 않아서 냉장고에서 너덜거리며 남아 있던 자석들은 놀이의 훌륭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괴물이니까 딱히 정해진 모양이 없었고 덕분에 작품 제작은 더 재미있어졌다. 결국 나의 반복되는 설거지 시간이 아이에게는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신했다.
작은 손가락으로 만들어냈던 수많은 괴물 작품들. 시간과 함께 사라져 버린 그것들이 핸드폰 사진 속에 조금이나마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