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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ccoli pen Oct 22. 2021

깁스 한 엄마 (일곱 살, 7월)

여섯 살의 스케치북



자전거를 타다가 발이 골절됐다. 비가 그친지 얼마 안 되어서 땅이 미끄럽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방향을 급하게 돌리다가 바닥에 있던 젖은 비닐봉지에 미끄러지면서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는데 발 옆면이 바닥에 제대로 부딪힌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인대가 늘어났나 싶었지만 도무지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두 동강이 난 뼈가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깁스라는 것을 발에 감고 나니 그동안 내가 두 발로 누렸던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하필 여름이라 깁스 한 발이 덥고 답답해서 너무 괴로웠다. 결국,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앉거나 누워서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무기력한 6주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 모습이 그림으로 남았다. 깁스를 한 채 누워있는 나의 커다란 발 하나. 그런데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 눈에는 누워서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내가 부럽고 편해 보였던 모양이다. 몸 움직임이 쉽지 않으니 남편과 딸아이의 신세를 많이 지게 되어 고맙고 정말 미안했다. 아프게 되면 가족도 함께 힘들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말고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누워 있는 엄마가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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