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자전거를 타다가 발이 골절됐다. 비가 그친지 얼마 안 되어서 땅이 미끄럽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방향을 급하게 돌리다가 바닥에 있던 젖은 비닐봉지에 미끄러지면서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는데 발 옆면이 바닥에 제대로 부딪힌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인대가 늘어났나 싶었지만 도무지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두 동강이 난 뼈가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 깁스라는 것을 발에 감고 나니 그동안 내가 두 발로 누렸던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하필 여름이라 깁스 한 발이 덥고 답답해서 너무 괴로웠다. 결국,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앉거나 누워서 가족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무기력한 6주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 아이의 눈에 비친 엄마 모습이 그림으로 남았다. 깁스를 한 채 누워있는 나의 커다란 발 하나. 그런데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 눈에는 누워서 이런저런 부탁을 하는 내가 부럽고 편해 보였던 모양이다. 몸 움직임이 쉽지 않으니 남편과 딸아이의 신세를 많이 지게 되어 고맙고 정말 미안했다. 아프게 되면 가족도 함께 힘들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아프지 말고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