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있다면 무엇을 기도해야 할까.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뒤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만큼 중요한 소원은 없다. 어른이 되고 난 뒤 갖고 있던 소원들은 많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성공, 원하는 곳으로의 입학,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인정 등 생각할수록 재미없고 따분한 소원들만 잔뜩 떠오른다. 다섯 살의 어린이라면 이 멋진 나무를 앞에 두고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열 한 살이 된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나무를 그렸을 때의 마음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별다른 기억은 나지 않고 본인의 그림을 조금 더 특별하게 하기 위해 ‘마법 나무’라고 이름 붙였을 거라는 시시하고 멋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6년 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바로 그때 질문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