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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ccoli pen Oct 22. 2021

발레학원 (여섯 살, 3월)

여섯 살의 스케치북

이 작품의 제목은 ‘발레학원’. 발레복을 입은 채 바를 잡고 한줄로 서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딸아이가 네 살쯤 되었을 때, 백화점에 갔다가 우연히 문화센터의 키즈 발레를 등록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서 도착한 그곳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던 아이는 밍밍하고 시큰둥해했다. 결국 환불하고 한동안 발레는 잊고 지냈다.

그러더니 어린이집에 친구들과 경쟁하듯이 드레스를 입고 등원하던 여섯 살 무렵에 갑자기 발레를 배우러 다니고 싶다고 했다. 역시 모든 일은 스스로 하고 싶어지는 적당한 시기가 있는 모양이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까지 5년여간 토요일 오전의 발레 수업은 아이에게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함께 발레를 하는 동료 언니들과 타고 내려가던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재잘거림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아이들은 주말 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떡볶이를 사 먹으며 행복해했다. 발레가 즐거웠던 것인지,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던 것인지.

발레 수업을 그만두게 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 가족은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고, 아이의 키는 훌쩍 커서 그 시절에 입었던 발레복은 입어 볼 엄두가 나지 않게 작아져 버렸다.

천사의 날개 같은 발레복을 갖춰 입고 열심히 자세를 잡으며 함께 연습하던 딸아이의 그 ‘발레 언니’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들 있으려나. 어여쁜 그 아이들의 소식이 궁금하다.


"언니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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