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긴 머리를 흩날리며 내 옆에 앉아서 까르륵 웃는 딸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간 시간들의 속도가 그제야 실감이 난다. 내 신발 옆에 놓인 비슷한 사이즈의 아이 신발이 보인다. 쥐면 한 주먹에 쏙 들어오던 그 조그맣던 발이 어느새 커서 세상을 딛고 서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은 딸아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 세상을 걸으며 남긴 발자국 중 나의 눈과 마음을 머물게 했던 반짝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11살이 된 풋풋한 아이 얼굴 안에서 아직도 꼬물거리던 아가 시절의 이목구비를 찾아내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미련이 펜 끝에 실리는 것이 느껴진다.
책 사이 사이에 그려넣은 캐릭터 ‘호랭’은 딸아이를 모티브로 그린 것이다. 한 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의 해가 저물 무렵, 우리 부부에게 온 딸아이는 하얀 호랑이띠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순간순간, 당당하고 또렷하게 반짝이는 아이의 눈빛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새어 나오는 미소로 괜스레 눈가가 촉촉해진다.
여러모로 참 부족한 사람인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이에게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