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딸아이는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낮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 내가 낮잠을 재우려고 같이 누워 토닥이면 나만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잠을 자기는커녕 차고 있던 기저귀에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을 잔뜩 만들어놓고 거실로 뛰어나가 혀를 내밀고 씩 웃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한숨을 내쉬며 낮잠을 좀 자 준다면 나도 잠깐 쉴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에 야속하기도 했다. 아마도 밤에 깨지 않고 충분히 잠을 자서 낮잠까지 잘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아이가 낮잠 자는 모습을 그리다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같이 누운 거야.”라고 대답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 시간에 다 같이 모여 누운 장면을 그린 모양이었다. 그렇다. 꼭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니어도 그 시간이 인상적일 수 있겠지.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는 이렇게 개인 이불을 죽 펴고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잔다. 딸아이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았지만, 낮잠 이불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빨아서 월요일 어린이집 등원 길에 함께 가져갔다.
그 시간에 친구들과 누워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형제가 없이 외동인 아이에게 여러 친구와 불을 끄고 누워 있는 그 시간은 특별한 놀이처럼 느껴졌을 수 있겠다. 게다가 어린이집에서도 딸아이의 낮잠을 포기했으므로 꼭 잠을 자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없다 보니 낮잠 시간이 더 즐거웠을 것이다. 함께 누워있는 이 흥미로운 시간은 다른 친구들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가면 바로 끝이 났다. 친구들이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뒤로 한 채 선생님 손을 잡고 조용히 방문 밖으로 나온 아이는 혼자 다시 놀이를 시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