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의 스케치북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1월 중순에 딸아이가 태어났다. 전날 아침부터 내 배를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결국 다음 날 담당 의사 선생님이 퇴근하기 직전인 초저녁이 되어서야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짧은 울음을 그치고 처음 만나게 된 세상을 두리번거리던 거리던 작은 얼굴이 지금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한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여름이 생일인 나와 다르게 딸아이는 눈이 오는 차가운 날씨를 좋아한다.
불어오는 바람으로 낙엽과 눈이 섞여 흩날리는 가운데 우산을 접고 웃으며 서 있는 소녀. ‘눈바람 소녀’라고 이름 붙인 그림 속의 주인공은 자신을 그린 것일까.
반 정도 단풍이 든 낙엽과 보라색 눈의 표현이 재미있다. 눈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시 돌아오면 뽀드득뽀드득 소리 나게 눈을 밟으며 붕어빵을 손에 쥔 채 딸아이와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