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메모] 만약 나에게 성공이 찾아온다면

by 양벼락

어릴 적부터 늘 성공이라는 것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늘 실패했다. 내가 꿈꾸는 성공은 가히 일류가 되어야 거머쥘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는데 나는 일류가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30대 초반까지는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아도 부럽거나 배아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보다 공부를 훨씬 열심히 한 사람들이거나, 어마어마하게 노력했거나, 특별한 능력을 함양했거나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것이 올 것이기 때문에 의사도, 변호사도, 검사도 부럽지 않았다.


그동안에는 나라는 인물을 조금 더 버프 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명함이라는 것이 있었다. 무슨무슨 회사의 연구원, 무슨무슨 대학교/대학원, 무슨무슨 단체의 학생대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정체성에 감사히 발 담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내 친구들도 잘 모르는) 회사의 명함. 직함은 물론 대표 혹은 대표이사이지만 직원이 하나도 없는 회사. 그 때부터는 갑자기 주눅들기 시작했다. 민낯의 나를 처음 봐서였던 것 같다. 쌩얼이 이렇게 못생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도 늘 성공을 바라면서 사업을 해왔다. 좋을 땐 좋은 대로 더 큰 성공을 바랐고, 잘 안 될 때는 성공이 멀어지는 느낌에 괴로워했다. 2024년은 괴로움과 고민, 자책의 절정을 맛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2025년을 맞이했다. 출산 후에 잘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집중 있게 해보고자 했다. 때마침 두 개로 나눠져있던 사무실을 하나로 합치면서 삶을 정돈할 계기도 마련되었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든 출근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핑계로 재택으로 충분히 돌릴 수 있음에도 그렇게 타협하지 않고 30분이면 30분, 두시간이면 두시간 늦어도 상관 없으니 무조건 발을 뗐다. 하던 일은 시작만 하면 하던 대로 하게 된다. 3시간이든 6시간이든 주어진 시간만큼 확실하게 일을 하고 아이들 하원시간에 맞춰 하원을 했다. 하원 후에는 회사 일에 미련 갖지 않고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집중했다. 21시 좀 넘어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입면을 준비하고 있으면 운동을 .....운동은 열심히 나가지 않았다 사실. 그래도 주 2회는 확실히 운동하려고 노력했고 저번주도 이번주도 잘 해내고 있다.


그냥 해야할 것에 집중하기를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오, 달력을 보니 사무실 이사 후로 정확히 4개월이 지났다.) 그랬더니 내 마음 속에는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적어지고(없어지진 않음) 새로운 마음이 깃들게 되었다.


하나, 만약 성공이 내게 오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이미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사람들, 환경, 사회.. 그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름답다. 내가 내 자신의 기분만 잘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하나, 그래도 만약 성공이 내게로 온다면, 나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이 모든 것들이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속한 사회의 큰 도움으로 된 것임을 늘 가슴에 새기며 항상 겸손하게 살겠다. 나중에 내가 이 글을 보고 "아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았구나..."라고 여기지 않도록 항시 내 마음을 거울에 비추어 단정하게 가다듬고 살겠다.


쓰고나니 유재석씨의 기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재석씨가 이런 생각으로 기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는 참 간절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반은 포기한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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