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내 인생, 그래서 작가명은 양벼락.

엘디프의 대표이자 쌍둥이 엄마로 살아가는 원동력

by 양벼락

저번주 목요일 경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는 알림을 보았다. 그리고 '우와 이제 브런치 열심히 써야지!' 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무색하게도 나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을 그냥 흘려보내고 화요일을 맞이하였다. 나의 화요일, 그러니까 오늘은 재택근무와 육아를 비벼놓은 하루였다. 아이들(!) 수유를 연달아 마친 후 짬을 내서 상대기업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어떻게 일을 해결할 것인지를 카카오톡으로 논의하거나, 회사 인스타그램에 우리 회사 제품 사진을 포스트와 스토리로 각각 업로드했다. 육아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것은 정말 쉴 틈이 없는 스케쥴임이 틀림 없는데 내 뒷덜미에 달려있는 작은 오디오는 '브런치에 글 뭐 올릴거야? 오늘 올릴거야?'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들려주었다. 아오, 그래. 오늘은 꼭 올리자. 시작이라도 하자.


지금은 아들(!)의 목욕을 마치고, 남편이 딸(!!)의 목욕을 시행하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는 나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 어떤 글을 발행할 것인지 계획을 간단하게 작성하여 제출해야한다. 그러게, 나 뭐 쓰려고 작가신청 하는거였을까? 짧은 고민 끝에 그냥 나라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일기 같은 글을 쓰자는 잠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한 사람의 글을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거니와 전문 작가처럼 글솜씨도 없고, 무엇보다도 나는 꾸준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공정거래 플랫폼 '엘디프'라는 회사를 창업한 CEO이자 얼마전 태어난 남매 쌍둥이의 엄마다. 현재는 아이들(!?)을 육아하면서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며 엘디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되는 육아휴직도 없긴 하지만, 내가 만든 내 회사를 내버려두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인물도 못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남의 손에 전적으로 맡기어 길러낼 수 있는 담력도 없는 사람인데 무려 쌍둥이를 낳아버렸다. 나의 현재처럼, 과거도 언제나 이렇게 무언가가 시간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천성이 게으른 바람에, 그러나 해야할 일을 어쨌거나 하긴 해야하는 사람인지라, 막판에 몰아치는 성향을 피하지 못했고 항상 빡센 벼락치기의 삶을 살아왔다.


언제부턴가 나는 벼락치기를 삶의 신조로 세운 사람인 것처럼 살았다. 초중고, 심지어 대학 및 대학원을 다니는 약 18년의 수학기간 동안 매 분기, 매 학기 시행되던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말할 것도 없고, 늦어도 고1 때부터 찬찬히 준비해야하는 수능마저도 고3이 되던 해 5월 풋풋한 감정으로 만나왔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 충격을 잊기 위해 '공부나 하자!' 하고 빡세게 벼락쳐서 대학도 턱걸이로 진학했다. 외무고시를 준비하였으나 낙방하여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보자며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던 결정도 벼락치기였다. 그러므로 대학원 논문은 볼 것도 없다. 당연히 벼락치기로 해치웠다. 논문과 병행해야했던 취업 역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뒤늦게 텝스, HSK 점수를 만들어가며 벼락을 쳤다. 논문을 쓰며 취업을 준비하던 기간 사귀고 있던 전 남자친구(a.k.a. 현 남편)과의 결혼 준비 역시 너무 빡세게 벼락을 치는 바람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남자애한테서) 속도 위반이냐는 무례한 질문도 받아보았다. 아, 남편과 결혼을 하던 그 즈음 다니던 재단을 퇴사하고 다른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과정은 벼락치지 않았다. 이직은 어려운거니까. 그러나 어렵게 이직했던 나름 괜찮았던 회사를 9개월만에 퇴사한 후 창업을 하겠다고 결정하고 회사 이름도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벼락치기로 첫 창업을 했다. 아쉽게도, 얼마전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덕에 한 번 더 빡센 벼락(거지)을 경험하였다.


항상 벼락치는 삶을 살며 나름 이것도 괜찮아! 라고 여겼던 나는 고령의 나이에 초산임에도 불구하고 임신, 출산, 육아까지 쌍둥이로 벼락을 쳐버리고 말았다. 하하하.


브런치에서는 작은 회사의 대표로서, 그리고 쌍둥이 엄마로서 살고 있는 나의 벼락치기 스토리를 공유해보고 싶다. 물론 모든 글이 벼락치는 것과 상관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글들이 같은 결을 가지고 정주행하기 좋은 글도 아닐 것이다. 시계열적으로도 들쭉날쭉한 글들이 난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생각할 때마다 '왜 나는 매번 벼락치기의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런데 그 벼락치기는 왜 항상 재밌고 결과도 그럭저럭 괜찮았을까? 쌍둥이 육아와 내가 창업한 작은 회사를 병행하는 것도 어려운데 왜 또 무슨 벼락을 쳐보겠다고 브런치를 열었을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래서 내 삶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벼락치기라는 주제를 "이번에는 벼락치지 않고" 고민하며 일기 쓰듯이 적어가보려한다.


안정적인 공공기관을 때려치고 단돈 100만원으로 엘디프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만들어온 이야기, 임신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한 사람이 시험관으로 속전속결 쌍둥이를 품게 된 이야기, 이마저도 임신중독증으로 조산을 해버리고 산후출혈로 저세상 갈뻔했던 이야기, 부랴부랴 육아의 현장에 뛰어든 것도 모자라 빠른 복귀를 하여 회사와 육아를 병행하게 된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나누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작가명은 벼락, 양벼락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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