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도 벼락치기 Ep. 2 - 1차 산후출혈

벼락만 쳤어야 했는데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치고 옴

by 양벼락

벌써 제목에서 너무 많은걸 스포했지만, 그렇다. 산후출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신생아 중환자실에 맡겨놓고 나와 남편은 3박 4일만에 퇴원을 하였다. 퇴원한 날은 금요일이었다. 제왕절개가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에(통증이 정말 없었으므로) 이상하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퇴원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기분이 좀 들떠있었다고 해야할까. 이제 몸조리 잘 하다가 아이들 만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조리원으로 향했다.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남편은 아이들 출생신고도 하고, 급하게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챙겨오지 못한 짐들을 챙겨서 조리원에 갖다주기로 되어 있었다. 나와 남편은 그렇게 하룻밤을 조리원에서, 집에서 따로 보냈다. 조리원에서의 첫 날 밤은 갑작스러운 우울감으로 눈물을 많이 흘려 당혹스러웠지만 호르몬 때문일거야 하며 가까스로 잠을 청했었다. 그 다음날부터 남편은 조리원에 들어와서 나와 함께 숙식을 하였고 나의 우울감은 사라지는 듯 했다.


조리원에서 금요일 밤, 토요일 밤, 일요일 밤을 보내고도 퉁퉁 부어 부기가 빠지지 않는 다리를 보고 이거 진짜 코끼리같다, 웃기다면서 사진을 이래저래 찍었었다. 그 사흘 동안 노트북을 가져와서 엘디프 업무도 간간히 보곤 했으니 나는 정말 방금 아이 둘을 출산한 산모같지 않았다. 끊임없이 나오는 밥과 간식에 금새 지쳐버린 나는 이렇게 조리원에 있으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복이 터진 채로 맞이한 월요일 밤은 그 다음날 있을 산부인과 외래를 위해 일찍 자야했었지만 그 날 새벽도 나는 3시간마다 하는 유축을 빼먹지 않았다. 쪽잠을 자고 새벽 5시쯤 일어나 유축을 한 후 실밥을 뽑기 위해 병원을 가는 날이라 조금 신나는 마음으로 양치질을 하는데 갑자기 팬티 바깥으로 넘칠 정도로 피가 쏟아지더니 팬티를 벗으니까 덩어리진 피가 진짜 계속 쏟아져나왔다.


이거 위험하다 싶어서 119 부르려고 했다. 남편은 흘린 피의 양을 보고 놀라기는 하였지만 119를 부르느니 그냥 우리 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나는 확신이 없었다. 이 피가 계속 이런 정도로 난다면, 가는 길이 막힌다면, 그러다 내가 실신을 하게 된다면... 나는 안된다고 했다. 당장 119에 전화를 하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119에 전화를 했고, 119는 구조 위치가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을 알고선 조리원 직원에게 피의 양이 어느정도인지 괜찮은 정도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출혈이 있었던 흔적을 사진으로는 찍어놨지만 샤워기로 모두 씻어내버렸기에 조리원 직원에게 나는 "한 200밀리정도의 피가 나왔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산모들이 갑자기 그 정도 피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만 말했다. 못미더웠다. 조리원 직원의 말을 무시하기로 마음 먹고, 앰뷸런스가 당장 와야한다고 남편에게 전했다. 남편은 그대로 119에 전달했고 아주 빠르게 도착한 119 덕분에 나와 남편은 부랴부랴 강남세브란스로 가게 되었다.


앰뷸런스 안에서도 피가 계속 쏟아져 나와서, 아니 조리원에서 흘렸던 피 보다 더 많은 피가 쏟아져 나와서 옷이 피로 다 젖었었다. 구급대원은 처음에 분당차병원 응급실에 연락하였으나 분당차 응급실은 '제왕을 한 곳이 강남세브란스이기 때문에 그냥 그 곳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처치를 하더라도 강남세브란스로 전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구급대원은 그 이후로 강남세브란스 응급실에 전화를 지속적으로 걸었다. 그러나 (미친) 강남세브란스 응급실은 119 구급대원이 용인에서 강남 도착할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어대도 안받았다. (지금 돌아보아도 아무리 생각해도 두고두고 고민해보아도 그 상황은 미친것 같다.) 겨우겨우 막히는 길을 뚫고 응급실 바로 앞에 도착했는데도 아무도 나와보지를 않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휴무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화에도, 앰뷸런스의 도착에도, 응급실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피가 잔뜩 묻은 옷을 입고 들것에 누워 벌벌 떨어야만 했다. 구급대원들이 빨리 조치해서 겨우 응급실 문이 열렸고, 들것에 누운 채로 강남세브란스 천장을 보며 실려 들어가는데... 하.... 저번주 화요일에 급작스럽게 제왕을 하고 제대로 회복 되지도 않았는데 일주일만에 내가 여길 또 피를 흘리며 오다니... 하는 절망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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