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통증보다 색전술 통증이 더하다
자궁동맥색전술은 연구와 실험의 과정을 시술화한 것 같았다. 교수님은 주변 의료진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라고 주문하고, 누군가는 그 주문을 복창하고, 그러고나서 꼭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문을 닫고, 엑스레이를 찍고, 문 열고 들어오기를 반복하였다. 교수님의 주문을 복창하는 남의사 한 분은 다른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 마쉬세요" 라고 말했고, 영상을 촬영하는 것인지 시간이 흐를 수록 '숨을 더는 못참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시작될 때 쯤이면 문을 열고선 "이제 숨 쉬세요~"라고 해주었다. 그렇게 의료진들이 방을 들락날락 거릴 때마다, 모니터 속에 보이는 어마무시한 검은 핏줄들이 조금씩 얇아지더니, 메마르더니,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시술이 끝날 때 즈음에는 모니터에는 나무줄기 같았던 검은 핏줄은 안 보이고 자궁과 복부 내부로 추정되는 회색 화면만 남아있었다. 교수님은 시크하게 사라지셨다. 사실 사라지셨는지도 몰랐다. 침대를 옮겨 가라고 해서 옮겨갔고, 그대로 시술장 밖으로 이동되었다.
시술장 문을 나서니 두 분의 의료진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한 분은 산부인과 여의사인데, 내게 질경을 시행했던 아주 여러명의 의사 중 가장 아프지 않게 해준 명의(안아프면 다 명의)였다. 아파서 찡그린 채로 끙끙거리는 나에게 "많이 힘드시죠. 무통 달아놨는데 그래도 아플거에요. 경과가 좋지 않으면 자궁절제술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일단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자구요."라고 말하였다. 자궁절제가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저 무서운 것은 단 하나, 제왕절개 통증도 잡아준 그 무통이 이번엔 아플거라고? 다른 의료진 한 분은 인턴으로 추정되는, 수술할 때 입을 것 같은 초록색 상하의를 입은 남의사였는데, 나는 그 분에게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야해요?"라고 질문했고, 통상적으로 회신되는 "사람마다 달라서 무어라 말해드리기가 어렵네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분이 나를 보는 따뜻하고 걱정되는 눈빛은 기억난다. 산부인과 병동에 계속 있을 때 새벽부터 돌아다닌 분이었고, 새벽부터 내 수술 부위를 드레싱해주러 오신 분이었다. 어느 날 교수님이 회진을 돌면서 "오늘 상처 부위 드레싱 해줄거에요~" 라고 이야기 해서 "엇 이미 새벽에 받았어요!"라고 말했더니 내가 질경을 안 아프게 시행했던 그 명의 선생님이 "오~ 벌써 했구나 +_+" 라면서 잘 하는 후배에 대한 흐뭇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기억난다. 아무튼 그 인턴(?)분께 내 색전술을 시행해준 분 성함이 누구시고 어느 과냐고 여쭤보았더니 "영상의학과 이광*"이라고 적혀있는 어떤 서류를 보여주었다. 수술에 들어오기 전에 의사들이 쓰는 문서인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카톡을 열어 내게 남기는 메세지에 그 과와 이름을 적어놓았다. (사실 이 행위는 응급제왕으로 입원했을 때부터 계속 해왔던 것이긴 하다. 나를 돌봐준 사람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통증은 어마어마했다. 제왕절개 후 달았던 무통과 동일한 약제를 달았는데, 제왕 후 몇시간 만에 자리에 앉고 17시간 만에 병동을 걸어다녔던 것과는 달리 색전술 후에는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지는 생각지도 못한 채 병상 난간을 붙잡으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심지어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갑자기 극심한 통증에 잠을 깨 간호사를 호출하는 콜벨이라는 것을 난생 처음 누른 후 "무통 버튼 좀 찾아서 손에 쥐어주세요..!" 라고 외쳤다. 제왕절개 때도 한 번을 안 누르던 무통 버튼을 색전술에서 누를 줄 누가 알았는가.
입원실로 이동된 후 전혈 2팩, 혈소판 1팩을 더 맞으니 이로써 전혈 12팩, 성분혈 5팩 총 17팩의 수혈을 받게 되었는데 전혈이 약 3리터, 성분혈이 약 1리터 정도가 될테니 이제 내 몸에 내 피보다 남의 피가 더 많은 상황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살게 되었다는 감사함이 나를 진정시키길 바랐지만 통증은 밤이 새도록 너무 천천히 잦아들었기에 나는 침대 난간만 부서져라 붙들며 이 악물고 통증이 없어지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무통 버튼은 잠시 뿐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무통 버튼을 누른 후 약효가 도는 그 순간만큼은 잠이 들 수 있었다. 30분씩 자다 깨서 무통버튼을 누르기를 반복하니 그 다음 날이 되어 나는 비로소 평화를 되찾았다. 그리고 남편이 다시 상주보호자로 내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어 마음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