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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02. 2021

오늘 당신의 표정은 어떠한가요?


주 1회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월에 한번 정해진 주제로 같이 글을 쓰는데,

10월의 주제는 '나의 표정'이었다.


표정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따위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이란다.

글 쓰는 지금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나의 표정은 무표정. 아니 힘든 표정이었다.

그리고 거울을 봤더니 오늘은 정말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나의 힘든 표정. 지친 표정. 아픈 표정이 드러다.

애써 웃으며 힘든 표정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지난 주말 예정에 없던 캠핑을 다녀왔는데, 체력적 한계를 너무 느꼈다.

아이들의 경험치 상승을 위해 감행한 캠핑이었는데 1박을 계획하고 갔다가 2박을 하게 되었다.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추억을 남기고 와서 뿌듯했지만 집이 아니면 잠도 화장실도 편치 않은 나는 진짜 너무 힘들었다.

몸에 쌓인 피곤을 몸에서 지우기 전에는 이 표정을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매일 용모단정을 위해  거울을 보긴 하지만, 나의 표정이 궁금해서 거울을 들여다본 지가 언제인가 싶었다.


평소 나는 사람들과 만날 때 감정을 잘 감추는 편이다. 아니 그런 편이라고 한다.

내 감정감추기능력은 우리 신랑이 가장 놀라워하는 나의 능력 중 하나.

아무리 힘들고 화가 나도 타인을 대할 때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한다며 매번 놀라워한다.


어릴 때는 '너 그렇게 포커페이스 못해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냐'라고 주변에서 걱정할 정도로 내 감정을 그대로 내비치며 살았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포커페이스가 되었다.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나의 감정을 감추는 게 일상이 되었달까.

내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갈 수 없음을 자주 느꼈다.

그래서 점점 더 나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맞추고 나를 더 내려놔야 했던 시간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감춰진 나의 감정들.


나이가 들고 관계를 하면 할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느라 온전히 감정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드는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조차 여유롭지 못하게 하루를 살아내느라 바쁜 사람들.

어찌 보면 아이들만이 가진 능력이자 특권인 거짓 없는 감정표현능력. 

많은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사람일수록 감정표현 능력치는 더 많이 깎이는 것 같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감정코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정의 수용과 표현.

문득 특별히 가르치기보다 많은 관계를 경험하게 해 주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당연하게 늘 수밖에 없겠구나. 굳이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일이구나.


그런데 문득 표정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보지 않고서는 나의 표정이 어떠한지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니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저 나와 만나는 사람들 나의 표정을 보고 나의 감정을 추측하고 나를 평가하거나 자신의 감정 또한 영향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지레 겁먹고 남을 배려한답시고 나의 진짜 감정을 감추는데 급급했던 게 아닐까?

그럼 표정은 나를 위한 게 아닌가? 지극히 이타적인 것일까?

시간이 흘러 표정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표정이 나의 인상을 만들어 가게 될 테니 결국 나를 위한 것인가?

그렇다면 단기적으로는 남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나를 위해 표정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했다.

사람을 볼 때 인상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내 인상에도 늘 신경을 쓰는 편인데, 매 순간순간 쌓여가는 나의 표정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야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운다기에 더 많이 감정을 수용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며 아이들에게 조금 더 성숙한 표정관리의 본보기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수용하되, 표현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오늘도 더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아자아자! 

언제부턴가 나는 나이기 전에 엄마가 되어 뭘 해도 기승 전엄 마의 노력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이 또한 지금 나의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 여기고 오늘도 흘러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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