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가을 타나 봐

by 김보람


가을이 오는 듯하더니 다시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못한 9월 말 10월 초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진짜 가을.

나는 매계 절 드라이브하며 바뀌는 나무색을 지켜보는 걸 참 좋아한다.

봄이면 새로 돋아난 초록잎에 나도 모르게 들뜨고 신이 났다가, 여름이면 나무색 볼 겨를도 없이 신나게 놀고, 달리는 차창밖으로 나무색이 변하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치며 가을 냄새를 풍기면 나는 가을을 탄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또 즐기느라 차창밖을 볼 여유 없는 나날을 보내겠지.

계절에 날씨에 호르몬에 분위기에 지극히도 예민한 나.

그런 나를 알기에 이 계절을 이겨내려 일부러 밝은 노래를 듣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즐거운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자꾸만 몸이 축축 처지고 뭘 해도 텐션이 오르지 않는다.

아, 또... 그 시기가 왔다.

그냥 재촉 없이 잔잔하게 지금의 나를 다독이고 기다려주어야만 하는 시기.


늘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살자고 다짐하면서.

자꾸만 흐르는 물을 거스르며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나를 꿈꾸며 재촉한다.

그 어느 것 하나 즐기지 못하고. 그 어느 것 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빠지면 중간이 없는 타입이라 균형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그 균형이라는 게 참 어렵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균형에 대해 생각하다 아이들 놀이터에 자리 잡은 시소가 떠올랐다.

긴 널빤지 양끝에 사람이 타고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며 타는 놀이기구. 시소.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이 시소와 같지 않을까.


인간의 감정도, 열정도, 행복도, 슬픔도. 그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고 영원한 것이 없다.

가득 차 오르고 텅 비어 내리고를 반복하며 균형을 찾기 위해 오르락내리락하는 우리네 인생.

제각기 다른 무게의 짐을 들고 어렵사리 균형을 찾은들 유지하기 어렵고, 영원 할리 없단 것도 잘 알고 있는데.

나는 왜 이토록 애쓰며 살고 있나.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하며 가을 타는 티를 팍팍 내며 머리에 잡생각을 가득 채운다.


삶의 균형에 대해 깊게 생각했던 건 둘째를 낳고 애둘육아에 치여 허덕이고 있던 어느 날 읽게 된 '균형 육아'라는 책이 처음이었다.

나의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인데.

내가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좌절했다.

그리고 균형을 찾기 위해 나는 나를 더 깊이 바라보아야 했다.

내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제각기 다른, 누가 정해줄 수 없고, 원한다고 가질 수도 없는 삶의 요소들을 나 스스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

결국 내 몫이었다.

그때 정리한 나의 삶의 요소와 우선순위로 한동안 균형을 잘 이룬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때 그 정리가 전부일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변하고 또 변하고 중요도도 달라졌다.

다시 또 재정비할 시간이 다가왔구나.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나 스스로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나만의 삶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시소놀이를 즐기다 보면 어느 때는 살짝 오르고 어느 때는 또 살짝 내리며 찬찬히 균형을 잡아가는 나를 발견할 날이 오겠지.

그러다 보면 다시 인생의 시소놀이가 재밌고 즐거워지겠지.


당분간 온전히 나를 바라보며 나의 삶의 요소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재배치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늙은 호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