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람 Jan 13. 2022

연애하고 싶다!!!


요즘 내가 가장 기다리는 요일은 월. 요. 일!!!

월, 화요일 밤 10시에 만날 수 있는 설렘을 기다린다. 그 설렘은 이름하야 드라마 '그해 우리는'.

사실 내 연애도 아닌, 굳이 남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뭐 그리 궁금하고 설레는지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그냥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기분이 좋다.

일주일을 살아가는 힘이랄까. 요즘 참 느끼기 힘든 기분 좋은 설렘이다.

고작 한 시간 남짓한 드라마 시간이 그토록 귀하고 즐거운 건 아마 설렘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얼마 전 열린 판도라의 상자. 싸이월드 썸네일을 보며 한참을 그리워했다. 

우리의  설렘 가득했던 2014년을.

남편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년간의 연애 기록이 남겨져 있어 썸네일을 하나하나 저장하고 남편에게 보내며 얼마나 웃었던지.

그토록 달달하고 절절하고 불타올랐던 남편의 카톡, 연애편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 가득 담긴 사진들이며, 늘 내가 중심이었던 남편의 일상까지도.

이 남자 도대체 어디 갔냐 묻는 내게 "그 남자는 이제 없어. 쓰레기 버려주는 남편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설렘 와장창.


월요일만 되면 빠른 육퇴를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나를 보며 그렇게 그 드라마가 좋으냐며, 그토록 연애가 하고 싶냐고 묻는 남편에게 "응. 여보. 나 다시 연애하고 싶어" 랬더니, "지금 연애하면 범죄야"라고 으름장을 놓는 남편. 흥흥! 또다시 설렘 와장장창창창!!!

후.. 현실에서 불가능하니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이라도 하며 살아야지. 별 수 있나.

내가 지금 나가서 범죄를 저지를 순 없으니 말이다.


늘 드라마에 빠져 산다. 

나는 드라마가 좋다. 아니 로맨스 드라마가 좋다.

드라마는 내게 '고된 일상의 나를 파라다이스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힐링'이랄까.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큼이라도 걱정과 고민, 공포,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편안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다 보니 로맨스 드라마만 찾아보게 됐다.

가끔 화제가 되는 다양한 드라마들을 보긴 하지만, 아무리 화제가 돼도 보기 힘든 드라마들이 있더라. 특히 사건이 많고, 폭력적인, 어두운 드라마는 너무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정신이 불편하면 아무리 깨달음을 준다한들 내게 가혹한 시간이 될 테니.

그래서 내 힐링타임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로맨스만 보기로 했다.


드라마의 첫 설렘을 떠올리면 나는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새벽 내내 '아내의 유혹 16회'를 보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고 있길래 옆에서 같이 보다가 친구의 핸드폰을 뺏어 들어 보기 시작해서 이틀 만에 40화를 몰아봤던 그해 여름. 아직도 그날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다음날 새벽부터 아르바이트를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밤새 졸린 눈을 비비며 잠 못 이루고 졸다 깨서도 다시 돌려봤던 드라마.


그래, 이때부터였다. 드라마 홀릭의 시작. 이게 바로 21살의 여름이었다.

이젠 드라마 볼 시간도 없다며 아직도 드라마를 보느냐 묻는 그 친구에게 이게 다 너 때문이었다 말했다.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막장드라마의 맛을 보고 이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정말 주야장천 끊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빠져들어 봤다.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해 일본 드라마, 대만 드라마, 중국 드라마까지. 

각종 OTT 플랫폼을 모두 섭렵하고 있을 만큼.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내게 가장 힐링되는 시간이자 가장 독이 되는 시간. 

잠자리에 누워 아이들 재워놓고 에어팟끼고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드라마는 진짜 힐링 그 자체였다.

거기에 꽁냥꽁냥 재미난 드라마 에피소드가 더해지면 그날은 잠을 못 이룬다.

'오늘은 진짜 딱 한편만 보고 자야지.'라는 다짐 따위는 잊고 밤새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밤새 침대에 누워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게 잔소리를 퍼붓는 남편.

적당히 보라고 어르고 달래다 포기한 남편은 눈 나빠진다고 OLED 화면과 돌 비에트 모스 음향으로 실감 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보라며  남편이 큰맘 먹고 TV까지 바꿔줬다.

처음엔 밤늦게 티브이로 드라마 보는 게 너무 새롭고 좋았는데, 역시나 침대에 누워 에어 팟 끼고 작은 화면으로 몰입도 높게 보는 드라마 한 편이 더 좋다. 


나는 요즘 그다지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뭄 같은 일상에 단비를 내려주는 로맨스 드라마. 참 쉽고 간단한 힐링이지 아니한가.

이 힐링으로 말미암아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조금씩 내 나이를 실감하며 조절하는 내가 되어야겠지만.

드라마 대리만족이 아니라, 범죄가 아니라, 일상 속 남편과의 꽁냥꽁냥을 꿈꾸며.

오늘도 적당히 드라마 홀릭을 해봐야겠다. 낄낄낄.

작가의 이전글 나보다 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