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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람 Nov 10. 2023

백 원에 고용된 아이들


 “엄마, 나도 용돈 받고 싶어요. 친구들처럼 용돈으로 간식도 사 먹고 엄마 선물도 사주고 싶어요.”

얼마 전, 아홉 살 딸아이가 뜬금없이 용돈타령을 했다.


하교와 동시에 엄마와 함께하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에게 굳이 용돈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고,

학교에서 용돈 관련 이슈가 많았던지라, 굳이 아이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때를 기다리던 참이었다.

그동안 받아온 세뱃돈이나 용돈은 우리가 관리하고, 가끔 원하는 걸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5만 원 내외)만

지갑에 두고 가끔 마트에 가서 원하는 간식을 사 먹는 정도였다.

진짜 직접 관리하는 용돈이 필요하게 된 걸까? 3학년쯤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벌써 그때가 온 건가? 싶었다.


남편과 용돈 관련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용돈을 주기 전에, 돈에 대한 개념을 먼저 심어줘야 하고, 용돈을 주게 된다면 얼마가 적정할지,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 조금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민하는 동안 아이에게도 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 용돈계획서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며칠 후,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용돈계획표를 만들어왔다.


매주 받는 돈 1400원. 하루 받는 돈 200원.

어디에 쓰는지 : 학용품, 가족선물, 자기 간식.

<광고>라며 빨래 개기 100원, 안방이불정리 200원, 심부름 1000원, 안마 100원

이라는 귀여운 용돈계획표.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 계획표를 제출하고 아빠의 결제를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아빠는 금액과 내용이 자세하지 않고 조율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반려했다.


이에 딸아이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곧 빼빼로 데이라서, 용돈으로 빼빼로 사서 선물하고 싶은데, 그럼 언제 용돈 받을 수 있어요?”라고 했다.

피식 웃으며 남편은 정기용돈은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우선 빨래 개기 알바를 고용할 테니, 빨래를 개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동안 빨래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던 딸아이가 격하게 빨래를 개켰고, 멀뚱히 지켜보던 아들도 자연스럽게 빨래를 개키기 시작했다. (역시, 눈치 빠른 둘째^^)


고작 100원에 이토록 열정적으로 빨래를 개키는 아이들이라니.

백 원에 고용된 아이들은 순식간에 빨래를 개키고 아빠에게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러 갔고, 아빠는 첫 아르바이트비라며 1000원을 줬다.

응? 아르바이트비가 100원인데 팁이 900원이라니!!!??? 내 생각과 너무 다른 경제교육스타일에 남편과 불타오르는 아이컨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이들 눈높이의 경제교육을 하려면 우리부터 공부가 좀 필요하겠다.

아직 부모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태의 경제교육은 안 하느니만 못할 테니까.

이번 주말엔 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경제 관련 도서를 찾아보며 우리 집만의 경제교육가이드라인을 좀 세워봐야겠다.

오늘의 백 원짜리 알바는 우리 집 경제교육의 귀여운 에피소드로 남겠지. 시행착오가 많겠지만, 우리만의 규칙을 찾아가는 경제교육이 되길 바라며, 경제교육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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