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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와 밖순이 사이, 나의 6월

by 김보람

매일 비슷하게 흘러간 것 같은 일상. 그런데 한 달 회고를 하다 보면,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쌓여 있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래서 내게 한 달 회고는 무심히 지나간 하루들을 다시 빛나게 해주는 시간이다.


6월의 시작은 조용히,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출근하면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나는 집에서 집커피를 내려 마시고, 집밥을 해 먹으며 내 안을 천천히 채웠다.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집과 학교, 동네 학원을 시간 맞춰 도는 모노레일 같았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반복되는 경로 속에서 점점 자존감이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달까. 뭘 더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무언갈 새롭게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한포진이 올라와 병원을 다녀왔다. 아이들 상처에는 그토록 빠른 내가, 내 상처는 대충 넘기려다 덧나 붓고 아팠다. 엄지발가락 하나가 이상하게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 내 상태, 괜찮은 걸까?’ 하고 조용히 묻게 되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집순이가 되어 갔다. 밖보다 안이 편했고, 그냥 쉬고 싶었다. 그 시간 동안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정주행 하며 ‘이호수’에게 푹 빠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현실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청와대 관람 종료 소식을 계기로 가족들과 서울 여행을 다녀왔고, 매년 6월의 연례행사가 되어 버린 러닝메이트 모임을 따라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때때로 튀어나오는 이런 특별한 순간들이 6월을 더욱 단단하게 채워 줬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 서울에서는 ‘다음엔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낯선 골목, 느긋한 걸음,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하루가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부산은 정신없이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표정들, 서로의 진심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그래도 결국, 밖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꼭 필요한 쉼의 자리임을, 그리고 또 결국 밖에 가서 에너지를 얻어와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적당선을 유지하려는 노력.

다음 달에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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