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는 피라냐가 산다.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는 길에 우체부 아저씨로부터 어제 주문한 아마존 박스 두 개를 건네받았어요. 하나는 큰 아이의 책, 하나는 치과용 마스크였지요. 우체부가 지나간 자리마다 아마존 박스가 놓였어요. 앞집도, 옆집도, 그 옆집도 말이지요. 아마존 배송은 내일도 하나 더 올 거예요, 아마... 모레도.
불황 속에서도 아마존닷컴은 지난 8월 미국 내에서만 3,5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습니다. 9월 14일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0만 명을 추가 채용한다는 뉴스가 나왔지요. (돈 안 되는 일은 때려치우고 아마존 물류창고로 가야 할까 봐요) 한국에서의 직구(직접 구매)도 늘고 있는 추세인가 봅니다. 한국의 한 카드사에서는 아마존닷컴 사용 고객에게 20달러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소비의 증가로 안 그래도 비대한 아마존은 그야말로 공룡이, 아니 괴물이 되어가고 있어요.
‘가계부를 쓰다가 2’에서 알아본 것처럼 아마존 지역에는 무척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대요. 물론 사람 잡는(식인 물고기라는 별명은 과장이라고 해요. 생물 시간이 아니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피라냐도요. 피라냐의 이빨을 보셨나요? 분명 물고기인데 육식동물의 그것처럼 아주 뾰족합니다. 먹잇감을 물었다 하면 순식간에 뼈도 못 추리게 만들죠.
아마존닷컴과 피라냐. 고객을 최고로 생각하는 기업 아마존닷컴과 피라냐는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잖아요. 그렇지만 그들의 이런 이미지 이면에는 다른 모습, 피라냐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이 있습니다.
고객들이 아마존에 열광하는 이유는 편리함 그리고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물품이 항상 다른 곳에 비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지요. “우리 플랫폼의 가격이 최저가여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얼씬할 생각도 말라고!” 아마존은 2013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입점 업체들이 다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 자신들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없도록 강제했었다고 합니다. 제3자 입점업체 서비스 약관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지요.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는 아마존이 일부 업체들에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여전히 입점 업체들에게 최저가를 강요하고 있는 걸까요? 고객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아마존닷컴. 그러나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체들에게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알고 계시나요? 하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PB 제품을 가지고 있어서 상품명만 봐서는 이게 아마존 브랜드인지 어쩐지 파악하기도 어려워요. 그런데 이게 뭐가 문제냐고요?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에 입점한 ‘잘 나가는’ 독립 판매업자들의 자료를 경쟁 제품 개발에 이용해 출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닷컴은 엄청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들은 고객의 구매 패턴 정보를 분석해 맞춤 상품을 추천해주고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클릭질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고객이 아니라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판매업자들의 자료를 분석하여 자체 브랜드에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입점 업자들의 상품을 분석하여 그들의 것과 비슷한-때로는 거의 똑같은- 상품을 자체 개발해 더욱 싼 가격에 내놓는 다면요? 이건 완전 반칙이죠. 그래요. 이미 아마존은 데이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곳입니다. 아마존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폐점한 수많은 오프라인의 소매업자들. 그러나 ‘데이터 부자’ 아마존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 자체 브랜드를 키워나간다면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온라인 입점업체들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존닷컴을 수식하는 말 중 ‘박리다매의 교과서’, ‘신의 경지에 이른 박리다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그들의 집요함을 보여주는 말들입니다. 싸게 많이 파는 전략은 적자를 내기도 하지만 그래서 반독점법에 걸려들지 않고, 다른 곳에서 흑자를 냄으로써 결국에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영업방식입니다. 아마존닷컴의 위력이 이 정도면 독점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지만 번번이 법망을 피해 가는 그들을 보며 학자들은 혀를 내두른다고 하네요. 반독점법 120년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그야말로 ‘연구대상’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마존을 피라냐에 비하는 게 적절한가 의문이 드는데요, 차라리 피라미에 비유해야 할까 봐요.
싸게 팔고 적자도 내는데 아마존 최고 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올해에만 자산 86조 원을 늘렸다고 해요. 86조 원이라는 숫자가 매우 (천)문학적(뭐랄까...비현실적이고 매우 시적인 숫자죠)이네요. 한 해에만 이 정도의 재산을 축적한 걸 보면서 ‘밑지는 장사’라는 장사꾼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앞서 알아본 그의 경영방식을 두고 칭찬을 하든, 비판을 하든 각자는 처지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을 하겠지요. 그러나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내가 대체 어떤 기업의 배를 불려 주는가, 그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배를 불려 가는가를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다를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다가 좌절 모드가 되었어요. 분명 꼭 필요한 것만 사는데도 아마존에 쏟아붓는 돈은 좀처럼 줄지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저의 지출내역도 정말 ‘문학적’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일 년에만 86조를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고, 저처럼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이럴 때마다 숫자가 전부인 세상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얼마나 벌어들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가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렇게 믿고, 오늘의 소비를 들여다봅니다. 존경하는 존 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님의 명언,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부자인가?’를 되새기면서 말이죠. 어제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오늘의 나, 어제보다 더 가치 있게 쓰는 나. 가계부를 쓰며 돈이 나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지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