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노약자나 임산부, 비위가 약한 분들은 절대 읽지 마시길!
방금 화장실 변기에 똥을 싸고 나왔다. 오늘도 여전히 똥은 변기 안쪽에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 물을 내려도 내려가지 않는다. 두 번 내려도 마찬가지다. 다섯 번 내려도 똑같다. 제기랄.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말이다. 손잡이 달린 버켓에 물을 담아 변기에 붓는다. 정확히 말하면 똥 덩어리에 조준하여 붓는다.(얼굴에 튀지 않도록 조심!) 그러면 한데 뭉쳐있던 똥이 분해되기 시작하면서 흩어진다. 사이즈에 따라 두 번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 작아진다. 흩어지는 변의 파편들을 바라보며 때로는 뭉치는 것보다 흩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새 물살이 밀려오면 다음 똥에게 깔끔하게 자리를 비워주는 게 예의라는 생각도.
새로 이사 온 집 변기는 변기 사이즈에 비해 차오르는 물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똥을 누면 똥님이 그 자리에 그대로 정체한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똥을 싼 뒤 뚜껑을 덮고 물을 내렸다. 그리고는 손을 씻고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을 나왔다. 덕분에 남편에게 너 때문에 정말 토할 것 같다는 원망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번번이 나 대신 똥을 내리고(어떻게 내렸는지 모르겠다) 용변을 보는 남편에게 감사하다. 남편이 미울 땐 강력한 똥으로 통쾌하게 엿을 먹여볼까 궁리하기도 했지만, 쾌변이 일상의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로서는, 용변 후 변기를 체크하는 게 어쨌든 너무나 귀찮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정착하자니 이렇듯 당황스럽고 귀찮은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신용카드 회사나 인터넷 회사에 일일이 주소를 바꾸어야 하고 차 번호판도, 운전면허증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귀찮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니 오히려 내가 그런 걸 좀 즐기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황스럽다. 똥변기에 물을 부으면서도 나는 웃고 있다. 이따위 일쯤이야 백번 천번이라도 하지, 위아래 집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다면!
뒷마당에 나가 상추 모종에 물을 주고 차고에 개미 약을 뿌리면서 실감한다. 우리 가족만 사는 이상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도 상관하지 않지만 도와주는 이도 없다는 것을. “단독주택에 산다는 게, 참 일이 끝이 없네요.”라고 불평하면서도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나를 본다. 잔디는 어떻게 깎지, 낙엽 치우는 게 일이겠네. 볼멘소리를 하나, 새롭게 경험하는 일들이 신기하다. 누군가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환경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이고 기쁨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저절로 주어진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시 변기 얘기로 돌아와서, 새 집의 변기로 말하자면 정체된 똥님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뿐더러 변기 맨 아랫부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이 샜다. 처음에는 막내가 조준을 잘못해 흘린 오줌인 줄 알고 막내 잡기를 여러 번이었다. 우리 집 다섯 살 귀염둥이는 ‘과연 내가 화장실 바닥에 오줌을 누었던가?’ 반신반의하며 범인이 되어갔다. 그러나 거듭 발견되는 화장실 바닥의 물을 이상히 여긴 막내가, ‘저건 내 오줌이 아니다!’라고 확신한 순간이었다.
“오줌 바닥에 흘리지 말랬지!”
엄마의 짜증에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막내는 말했다. 나는 범인이 아니라고, 저 물은 내가 오줌을 싸기 전부터 고여 있었다고! 제법 근거 있는 대답이었다. 그러면 범인은... 너구나 스티브!
“이 자식아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오줌을 니 발에 누냐고!”
큰 놈도 아니라고 아니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누구야, 누구? 이제 서서 오줌을 누는 인간은 우리 집에 딱 한 명 남았다. 남편에게로 눈총이 향했다. 그러다 설마, 군대도 갔다 온 사람이 영점 조준에 실패했을까 싶어 그제야 변기에게로 눈을 돌렸던 것이다.
최근에 새로 마감한 실리콘이라 누수의 문제는 없을 거라고 예단했던 게 여러 사람 잡은 꼴이 됐다. 실리콘이 아니라 자기 얼굴에 면도크림도 몇 번 발라본 적 없는 남편이다. 그가 새하얗고 가녀린 손으로 실리콘 총을 들고 부산을 떠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실리콘에 일단 구멍을 뚫어야 할 텐데...”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는 즉시 유튜브에서 how to 영상을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게 여러 모로 빠르고 실수도 없겠지만 남자들에게는 항상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못하더라도 칭찬해줘야 한다. 남편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러나 아주 꼼꼼히 실리콘을 둘렀다. 모양새는 가관이었지만(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두른 듯 뾰족뾰족 모양이 나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치고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이제 변기에서 물이 더 이상 새지 않는다!
페인트 칠, 잔디 관리, 차고 정리, 벌레 약 뿌리기 등 새로운 환경에서의 첫 경험들이 짜릿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한 달을 갓 넘긴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아직 전혀 지겹지 않다. 변기가 말썽이었지만 말했다시피... 똥물 좀 튀어도 나는 정말 괜찮다.
+
그나저나 삼 학년인 우리 아들은 아직도 똥오줌 얘기만 나오면 웃겨 죽겠다고 배를 잡는다. 친구들 하고도 늘 똥poop과 설사diarrhea를 소재로 조크를 하니까. 그런데 어른이 되면 왜 더 이상 그 더러운 것 앞에 웃지 않고 시큰둥한 것일까. 아마도 이 세상에 똥, 설사, 오줌보다 훨씬 더 더러운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일 것이다. 아이들이 더 이상 똥오줌에 웃지 않는 날이 올까 봐 두렵다.
요즘 우리 큰 아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원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지만 <도그맨>이라는 어린이 베스트셀러 책에서 개사했다. 오늘은 나도 가세하여 떼창하고 싶다. 같이 떼굴떼굴 구르고 싶다.
Stinkle, Stinkle, Little Fart(Twinkle, Twinkle, Little Star)
구린, 구린 작은 방귀
Blew My Underwear Apart(How I wonder what you are)
내 팬티를 찢었네
Blasting From My Butt So Loud(Up above the world so high)
엉덩이에서 터지는 큰 소리
Like a Diarrhea Cloud(Like a diamond in the sky)
설사 구름같이
Stinkle, Stinkle Little Fart........
구린, 구린 작은 방귀.....
출처: <도그맨 DOG MAN; Mothering Heights>
한글 번역: 큰 아들. Translated by Steve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