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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G Oct 07. 2021

껍데기는 중요치 않다

feat. 한기리보이 전한길 쌤

낮잠을 잤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밤에 또 커피를 마시고 말았다. 한 모금이었는데 낮잠과 커피가 찰떡이 되어 밤잠을 달아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정말 늙은 모양이다. 뭐든 조절하지 않으면 탈이 나고 만다. 사십에 접어들면서 체득한 진리는 절대 닥치는 대로 먹지 말라!이다. 이십 대처럼 먹어선 안된다. 불혹이 되면 저절로 미혹됨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웬걸 되려 엄청난 절제가 필요하다는 걸 배운다. 모든 면에서. 나만 그런 건지 요즘 사십 대는 평균적으로 철이 없는 건지. 글쎄 내 친구들도 딱히 불혹이라 수식할 만큼 철이 든 것 같진 않다. 요즘 40대가 다 그렇다 일반화하여 말할 만한 통계는 없지만 말이다. 무식한 소린지는 몰라도 평균수명이 느는 데다가 세상이 급변하니까 이런 나이별 이칭도 다 들어맞는 건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인생은 역시 캐바캐니까.


아무튼 잠이 안 온다. 눈이 뻐근해 안구 주변을 마사지한다. 그러다 해골이 느껴져 섬뜩하다. 눈알 주변을 손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의 해골에 커다랗게 파인 구멍 두 개가 있다. 거기에 눈알이 시신경을 따라 달려있는 것이다. 그 부근을 만질 때마다 껍데기가 벗겨진 나의 해골을 상상한다. 그러면 이내 경건해진다. 껍데기를 벗기면 모두가 별반 다를 바 없는 해골이다. 그런 껍데기 때문에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오늘도 설교 듣듯 열심히 듣는다

사십이 되면 응당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들만 하며 살 줄 알았는데 여전히 껍데기를 위해 사는 나를 보면서 실망스럽다. 매일 정신을 차리려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요새는 전한길 쌤의 유튜브 짤을 본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공무원이 될 이유는 전혀 없는 내가 전한길 쌤의 강의를 듣는 것은 순전히 거기에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를 껍데기보다는 내면에 집중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전한길 쌤은 항상 강조한다. 껍데기를 보지 마라. 남친,여친 만날 때도 결혼할 때도 얼굴 보고 만나지 말라고 하신다. 나는 그가 말하는 껍데기가 외모뿐 아니라 모든 겉치레, 허울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전 쌤의 욕설이 듣기 불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쌤이 하는 말의 핵심을 따라가며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그의 18은 신나는 추임새, 노래 가사, 시가 된다. 게다가 시벨롬은 불어이고 꽃미남이라는 뜻이라는데 뭐. 껍데기 얘기 말고도 귀담아들을 그만의 인생철학이 많다. 매일 조금씩 아껴가며 들으려 한다.


몇 주 동안 내 안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읽고 있는 책이 나를 바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 밖의 어떤 강력한 힘이 나를 변화하게 하는 것도 같다. 어쨌든 사십에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 동시에 하고자 하는 일에 분명한 목표와 동기를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시벨롬은 불어로 꽃미남이지만 시벨롬외치는 전한길 쌤은  미남은 아니다. 그래도 내면이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도 시벨, 내면이 아름다운 꽃미녀로  테다.  

난신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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