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맞이하고 싶지 않던 나이 마흔. 닥치고 보니 막상 왜 어른들이 사십 대를 ‘한창때’라 하시는지 알겠다. 요즘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큰일이다. 워낙에 문어다리처럼 일을 벌이며 살던 전력이 있어 인생 후반에는 ‘선택과 집중’하여 살겠다 다짐했었는데 말이다.
눈 뜨자마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눈 감을 때까지 그것만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평생 한 가지 기술도 제대로 연마하기 힘든데 매일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니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할게 뭐람.
지난 몇 주간 집안을 홀딱 뒤집어 놓았다. 청소하고, 조명 갈고, 가구 위치도 바꾸었다. 천장 조명을 혼자 갈아 치우고 나니 세상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붙박이 조명을 뜯고 새로 산 펜던트 조명을 달기 위해서는 전선끼리 다시 연결을 해야 한다. 검정에는 검정, 흰색에는 흰 전선을 차질 없이. 사람 부르지 않고 나 혼자 단번에 성공해 버렸다. 맥가이버도 울고 갈 실력이다. 가구도 여기 놨다 저기 놨다 해본다. 쿠션을 바꾸어 본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게 재밌을까. 한참 집안 정리에 빠져있다 보니 또 훌쩍 몇 주가 지났다.
사실 몇 달 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올드 바이올린을 모으는 일이다. 모으는 걸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고쳐서 되파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일이 딱 천직이다 싶을 정도로 재밌으니 어쩌면 좋나. 몇 달간 바이올린 만드는 과정을 공부하고(그렇다고 직접 만들 수는 없다), 좋은 바이올린 장인을 만나 내가 구매한 바이올린을 고치고, 켜보면서 소리를 듣고, 경매에 내놓는 일을 하면서 보냈다. 거기에 가족들 돌보랴, 교회 일 하랴, 24시간이 부족하다.
비교적 읽고 쓰는 일에 소홀했던 몇 달 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건 음악과 문학, 그리고 여기에 평생을 바치기로 했으니까 읽고 쓰는데 좀 더 집중해야겠다. 이 이상 재밌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 벌인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하길 바란다. 정리는 그만하고, living room makeover 이런 건 그만 보고 악기 생각, 음악 생각, 글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 마흔, 재밌는 게 많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