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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R Sep 20. 2021

안심하고 곤란해하고 싶어

오늘의 밑줄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 전환을 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나 같은 경우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뭐든 끄적이거나 나름 '걷기 명상'이라 이름 붙인 산책을 한다. 그리고 내가 믿고 따르는 소중한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다시 깔깔 웃어버리기도 한다. 단순한 나는 금방 또 회복해 하하 거리지만 문제는 미처 풀어내지 못한 정신적 긴장을 내 몸이 눈치챘을 때다.

급체를 했다. 요 근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똑똑한 내 몸이 경고음을 울렸다. "나 눈치챘어." 결국 탈이나 앓고 또 앓았다. 어지간하면 잔병치레 없는 건강한 몸이라 깜짝 놀랐다. 이따금씩 이렇게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가 찾아오면 나는 매우 곤란해진다. 그 좋아하는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맛있는 음식도, 산책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지 방황하다 예전에 재밌게 읽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꺼냈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불쑥 꺼내는 츤데레 같은 조언이 듣고 싶었다.




보노보노,
살아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p15




보노보노에게 가장 불안한 감정은 '곤란함'이다. 문득 배가 고파지면 곤란해질 것을 걱정해 늘 조개를 들고 다니는 보노보노다. 그렇게 미리부터 걱정을 짊어지고 사는 보노보노를 보며 야옹이 형이 해준 말이란다. (그래도 형이라고 가장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때가 많다) 살아있는 한 무조건 곤란하다고.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으니 그냥 안심하고 곤란해하라고.

보다 안심하고 곤란해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얼마 전 한 지인이 말해주었다.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꼭 굳이 뭘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무언가 하지 않으면 계속 곤란함이라는 생각의 꼬리가 물고 이어지는걸.

이 책을 쓰신 김신회 작가님처럼 나도 힘들어 죽겠을 때 제일 힘 빠지는 말이 의외로 '힘내'와 '파이팅'이었다. 이 두 단어가 1,2위를 다투며 비등비등한 느낌으로 툭 하고 던져진다. 알고 있다. 무언가 다른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위로를 하기란 벽돌만 한 책을 한 권 다 읽어내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파이팅하고 힘을 내야 하기 전에 안심하고 곤란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조개가 필요해


야옹이 형 말처럼, 살아 있는 한 곤란한 일은 모습만 달리해 반복될 테고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치트키를 둬 볼까. 보노보노에게 조개란 배가 고파질 곤란한 상황에 쓸 수 있는 비상식량이라는 치트키이자 불안한 일을 대신 걱정을 해주는 걱정인형이나 조약돌 같은 존재겠지. 나도 비상약처럼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는 조개를 얻고 싶다. 그러면 조금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을까.





#보노보노 #야옹이형 #보노보노처럼살다니다행이야 #오늘의밑줄 #김신회 #김신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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