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루틴 선생!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쓰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때, 항상 그 감촉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런 기억이 의미하는 것은 내 안에 있을 터인 뭔가를 믿는 것이고, 그것이 키워낼 가능성을 꿈꾸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감촉이 나의 내부에 아직껏 남아 있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입니다.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켭니다. 그리고 '자, 이제부터 뭘 써볼까' 하고 생각을 굴립니다. 그때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감사하게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고역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 p.57 소설가가 된 무렵 중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 즐거움!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 (그리고 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기회를 붙잡았고 또한 적지 않은 행운의 덕도 있어서 이렇게 소설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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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그저 솔직히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자격을 - 마치 상처 입은 비둘기를 지켜주듯이 - 소중히 지켜나가면서 지금도 이렇게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을 일단 기뻐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일은 또 그다음 일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 p.58 소설가가 된 무렵 중
일단 기뻐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일은 또 그다음 일입니다.
사람의 삶에 대한 애착에는
세상의 그 어떤 비참함보다
더 강한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