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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R Oct 02. 2021

PR·마케터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이것! 포트폴리오

내가 그 브랜드 캠페인에서 뭘 했었더라 

내가 뭘 했었더라 


언젠가 한 번 급히 나의 이력과 경력기술서를 제출해야 할 일이 생긴 적이 있었다. 막상 쓰려니 불과 1,2년 전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는데도 내가 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한 두 줄씩 적어 내고 보니 허탈했다. 그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대체 내가 했던 건 뭔가. 고작 이 짧은 몇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거였던가. 아무리 떠올려 보려고 해도 기록으로 정리해두지 않은 일들은, 짧은 시간 안에 도통 떠오르질 않았다. 그렇게 나는 허접한 경력 기술서를 들이밀며 한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다. 


나만의 소소한 문화유산 발굴작업


그 후 나를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노트북 속에 잠들어 있던 폴더들을 정리하다가 그동안 내가 일을 하며 작업했던 제안서와 결과 리포트를 발견했다. 뭔가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 소소한 내 인생의 문화유산을 다시 발굴하기 시작했다. 근무했던 회사, 브랜드 별로 폴더 안에 쌓여 있던 작업 물들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잊고 있던 놀라운 기록들이 하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며 밤 잠 못 자고 고민하며 만들었던 수많은 결과물들. 그 안에는 내가 그 고생을 해놓고도 까맣게 잊어버렸던 찌질한 이미지 기획안들, 페이스북 콘텐츠 기획안과 멘션 글쓰기 작업,  처음 썼던 보도자료와 피칭 기사 결과물, 영상 콘텐츠 스토리보드, 애드버토리얼까지 온갖 잡스러운 유물들이 가득했다. 


그날로 경력 기술서를 다시 업데이트하고 나의 PR·마케팅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도 아닌데 굳이 비쥬얼화 시킨 포트폴리오가 따로 필요할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텍스트로는 충분히 와닿지 않던 성과들이 PPT로 시각화시킴으로써 훨씬 구체적으로 보인다는 걸 배우게 됐다. 


브랜드 별로 진행했던 업무 범위, 그간 진행해왔던 프로젝트도 구체적으로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냈으며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는지 다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진행했던 일이 오래됐을수록 내 기억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힘들었다. 당장 치러야 할 시험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유물을 발굴하듯 꼭 필요한 것만 발췌해 장표에 하나씩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며 묘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고작 짧은 몇 줄로 정의될 수 없는 내 일의 기록들. 


그 순간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보니 못해봤으면 어쩔뻔했지? 싶을 정도의 귀중한 경험 자산이었다. 제주에서 준비하는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서울의 기자들을 섭외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던 눈물겨운 여정, 보도자료를 쓰며 나는 왜 이리 간결한 글을 못쓰는가 깨지고 또 깨졌던 기억. 신규 제품 론칭을 위한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며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에 한숨이 끊이지 않던 기억 등등. 화룡점정은 올해 있었던 드라마 제작발표회 준비였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 손이 가는 작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과정이 너무 고되어서 하루하루 그날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과정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해왔던 것들을 이렇게 정리하면서 보니 내가 이런이런 것들까지 다 했었는데 앞으로 못할게 뭐겠냐 싶은 생각이 들며 나 자신을 도닥여주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이 일을 더 잘해보겠다고 회사생활 중 혼자 등록하고 다녔던 PR아카데미, 카피라이팅 수업, 마켓톤 행사 멘토 활동,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 글쓰기 모임 운영까지. 모두 회사 생활을 하며 내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흔적들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경력 기술서 업데이트와 포트폴리오 관리는 꼭 이직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걸. 


이 일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지 않으셨던. 분들이 있다면 꼭 하나 만들어두시길 추천드린다. 물론 모든 일이 기록을 위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애정 어린 마음을 갖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될 테니까. 이 포트폴리오에 앞으로 차곡차곡 추가로 업데이트 될 새로운 페이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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