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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람 Aug 27. 2023

한 사람에게라도 내 이야기가 닿을 수 있다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쓰기 클럽 지난 기수 때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글 제출을 2번이나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5기 시작 전에 미리 주제를 정해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공통 주제가 '마니또에게 쓰는 편지'였다. 내가 생각했던 주제로 그냥 쓸 것인가, 아님 주제에 맞춰서 쓸 것인가 한참을 고민했다. 왜냐하면 준비했던 글을 쓰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샤워를 하다 문득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도영이가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 친구들이 도영이를 보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육아 힘들지, 어때?" 


"힘들지, 그런데 정말 가치 있는 일이야."라고 대답하며, 육아가 고되지만 행복이 더 크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했다. 


"너같이 이야기하는 사람 처음 봤어. 만약 내 주변에서 10명만 너처럼 이야기했다면, 난 출산하기로 마음먹었을 수도 있었겠다."



위의 내용은 실제로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과의 대화였다. 나의 글쓰기는 육아가 힘들지만 가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10명만 있었어도 출산을 결심했을 것 같다는 딩크족 친구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집에 왔는데 친구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딩크를 지향했던 내가 어떻게 출산 전도사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서 한 사람이라도 출산하게 되면 난 성공한 것이 아닌가? 그때부터 나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강경 딩크족은 아니고, 딩크를 지향하는 쪽이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은 계속 아기를 갖자고 했지만,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그렇게 3번을 거절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말을 더 이상 거절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나는 크리스천으로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어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기를 낳게 되었다. 사실 내가 딩크족을 지향했던 이유는 힘든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기를 낳으면 여자 인생 끝이라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어와서, 출산을 하면 정말 인생이 끝나는 줄만 알았다. 


그 말이 조금은 맞긴 맞더라. 아기를 낳고 나니 정말 듣도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되었다. 힘든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힘듦이었다. 자유시간 하나 없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극 J인 내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육아는 어나더레벨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어려움 가운데 낙망하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힘든 육아 중에도 나의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육아를 통해 깨닫는 사랑과 희생 등 보이는 것과 바꿀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그런 내 모습이 싫지 않았다. 편견을 깨버리고, 어려움을 마주하며, 극복해나가는 나 자신이 조금은 기특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기가 주는 행복은 훨씬 더 컸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치킨을 뜯으며 TV만 보던 우리 집에 웃음이 많아졌다. 때가 되면 뒤집고, 기고, 앉고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나를 보고 씩 웃을 때는 정말 미친다. 너무 예쁘다. 잘 때는 더 예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해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나처럼 지레 겁먹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힘듦을 피하기 좋아했던 나 같은 사람도 결혼하고 출산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결혼과 출산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라, 찬란한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전자책 협업 제안도 받고, 젖병 브랜드에서 글을 기고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그러면서 나의 초심은 조금은 퇴색되어가고 있었다. 내 이야기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출산을 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을 인정한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랐던 마음에서 시작했던 글쓰기. 그런 내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 


이번 글쓰기를 통해 퇴색된 내 글쓰기 본질을 다시 기억한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글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 준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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