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얻다
몇 주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도영이를 낳고 처음 가는 장거리, 장시간 여행이었다.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어디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보니 결심이 서질 않았다.
인터넷에 보면 아이 데려가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며 모두 말리는 얘기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영이와의 여행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친정식구들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해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걱정스럽긴 했지만,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숙소를 알아보고, 계획을 짜다 보니 예전에 느꼈던 여행을 준비할 때의 설렘이 조금씩 올라왔다.
여행 당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오니 여행이 실감 났다. 도영이도 조명이 가득한 김포공항을 보니 신났는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과연 돌 아기와의 첫 장거리 비행 괜찮을까?
제일 걱정스러웠던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었다. 이륙할 때 귀가 먹먹해서 아기들이 많이 운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걱정이 컸다. 다행히도 아들은 괜찮았다. 김도영은 엄마를 닮아 그런가. 엄청 비행기 체질이었다! 간식도 잘 먹고, 좌석에 붙어있는 화면을 누르면서 놀기도 했다. 어려움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칭얼거림이 시작되려고 할 때, 화장실에 들어가 기저귀도 갈고 다리도 쭉쭉 늘려주고, 간지럼도 태우고 놀아주니 착륙할 때가 왔다. 짧은 비행으로 제주도는 할만하다고 느꼈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여행을 망설였던 게 무색할 정도로 제주도는 우리를 너무나 환영해 주고 있었다. 렌터카를 픽업한 후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확실히 여행을 오니,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사실 도영이를 출산하고 나서 1년 동안 거의 장시간 외출한 적이 거의 없었다. 외출을 해도 아기 엄마네 집인 경우가 많고, 마트나 교회가 다여서 나도 내심 답답함을 느꼈었나 보다. 송악산을 걸으면서 "너무 좋다."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또 걱정스러웠던 건 차 안에서의 시간이었다. 도영이가 차를 오래 타면 답답해해서 울었던 적이 많이 있었다. 돌이 지나서 그런가? 의외로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행을 오니 도영이의 성장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여행 첫째 날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피곤했던지 카시트에서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여유롭게 관광을 할 수 있었고, 용머리 해안을 콧바람 쐬며 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돌 아기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돌이 지나고 3끼 모두 만들어 먹이고 있는 상황에서 장거리 여행은 부담이었다. 아직 어른 음식을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도영이가 먹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트밀과, 과일퓌레, 고구마 등 간식을 많이 챙겨갔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가리지 않고 먹이게 되더라. 횟집에서는 삶은 새우와 전복죽을 먹였고, 갈치 집에서는 갈치와 밥, 다른 반찬들.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를 새롭게 먹여봤는데 너무 잘 먹어서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간이 좀 있어 맛있게 먹은 것 같다.)
빵집에서는 치아바타도 함께 먹고, 여행을 가서 도영이가 원래 먹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먹었다.. (그래, 이게 일반식의 시작인 거지..) 아무튼 이렇게 닥치게 되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여행을 가니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도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잘 싸고 했다.
사실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기에 여행은 더더욱 힘들다. 짐도 너무나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 하지만 경험해 본바, 여행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육아로 인해 스트레스받은 나 자신과 남편을 위해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까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마주하고 보니 그 막연한 두려움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경험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남편에게, 내년 봄 제주여행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