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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일도 놓지 않고 싶은 엄마의 이야기

나만의 워크타임

by 박보람

아이가 생기기 전 나는 자신 있었다. 아이를 낳아도 내 커리어를 지켜낼 수 있을 거라고, 직장과 육아를 완벽히 병행할 수 있을 거라고. 육아휴직이 끝나갈 때쯤, 나는 복직을 준비하면서도 한 가지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일과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나는 그 선택 앞에서 몇 번이고 주저해야 했다.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많은 엄마들의 발목을 붙잡는지, 그 이유를 몸소 느꼈다.


아이가 15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슬슬 복직할 준비를 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입소시켜 1달간의 적응기간을 거치는 중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바로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 달랐다. 적응기간 내내 감기를 앓아서 병원에 거의 매일 갈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 가더라도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이었다. 하원 후 병원에 갔다 오면 녹초가 되었다.


나의 경우는 양가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나와 남편만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어린이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있노라면,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


'내가 제대로 복직할 수 있을까?'

'갑자기 열이 난다고 하면 휴가를 내야 되는데, 회사에서도 난감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편,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면서 회사에서 내가 복직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동료직원을 통해 듣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애 있는 (또 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여성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복직을 야금야금 미루다 보니, 회사에서는 나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내가 당장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불합리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처지와 회사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그것이 현실성 있다고 판단되었다. 결국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행스럽게도 권고사직 덕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실업급여가 끝나가는 시점에, 아파트 대출 원금 상환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또 머릿속이 하얘졌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또다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영어 강사로 일해본 경험으로, 주변 사람 영어과외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갚아야 할 금액에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급하게 알바를 찾아봤다. 시간도 괜찮고, 집에서 가까운 아르바이트 한 개를 찾았다. 하지만 지원하지 못했다.


주 2회 1시부터 5시까지. 일주일에 8만 원(월 32만 원)을 번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겉으로 볼 땐 육아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지만, 아르바이트도 결국 직장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아프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원을 망설이게 되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다. 그들은 "현재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아르바이트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주었다. 하지만 내 상황을 알고 나서는, 과외와 집안일, 양육까지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하면 에너지가 분산될 거라고 말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결국 아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일을 내려놓기로 했다. 한동안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보다가 염미솔이라는 사업가를 알게 되었다. 그분은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나의 워너비였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육아하면서도 가능한 일을 찾아 자신의 사업을 확장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조언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육아와 일,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내 마음은 끝없이 충돌했지만, 나는 환경에 휘둘리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워크타임'이다. 등원 후 9시 30분부터 하원하기 전 4시까지를 나의 워크타임으로 지정했다.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글을 쓰며 내 이야기를 기록한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내 미래를 바꿀 거라고 믿는다. 나는 엄마로서도, 나 자신으로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나만의 워크타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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