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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이기 훈련, 작은 성취가 만든 큰 깨달음

by 박보람


약 먹이기와의 전쟁



평소에는 너무나 순한 아기, 도영이. 하지만 약 먹는 시간만 되면 천사 같은 아이가 돌변했다. 항생제를 먹기 시작한 뒤로는 거부가 더 심해졌고, 약 먹이기는 매번 전쟁이었다. 남편과 내가 힘을 합쳐 억지로 먹이는 일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 컸다. 남편이 없을 때 혼자서는 아예 약을 먹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아과 선생님이 항생제를 처방해 주시며 약 먹이기는 괜찮냐고 물으셨다. 억지로 먹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이제 도영이가 말을 다 알아듣는 나이이니 억지로 먹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약을 먹는 루틴을 만들어 보상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주셨다.




이 조언을 실천하면서, 약 먹이기 전쟁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도영이가 약을 잘 먹게 된 훈련 과정과 부모의 노력을 공유해보려 한다. 나처럼 약먹이는 게 어려운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훈련의 시작: 보상을 활용한 루틴 만들기



☑️첫째 날


선생님의 조언 대로, 약을 먹으면 "좋아하는 간식, 젤리"를 주겠다고 설득함. 하지만 먹히지 않았음. 여전히 거부하는 반응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으면 젤리를 주겠다고 계속 얘기함. 결국에는 남편과 합작하여 억.지.로 먹임.




☑️둘째 날


젤리는 집에서만 안 주지 교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간식이다 보니 별 효과가 없어 보였음. 그래서 약국에 가서 "타요 비타민"을 사 옴.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달라 보이고 좀 더 특별한 것을 주는 게 효과적임.) 일단 먹는 시도가 되었으나 뱉음. 결국 억지로 먹는 눈물 엔딩을 보이고 말았음.



☑️셋째 날


이날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말로


"뱉어 안돼~ 흘려 안돼~"


하면서 먹는 시늉을 함.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하기 시작. "약 먹고 비타민 먹자~"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것을 보니 약을 먹으면 비타민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듯. 갑자기 약 먹고 비타민 먹고 폴리 보자고 요구하기 시작함. 그래서 얼떨결에 폴리를 보여준다고 하고 약을 먹음. 약을 먹은 것은 축하할 일이나, 약을 먹을 때마다 폴리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함. �


그날 이후로 약을 너무너무 잘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을 다 먹을 때까지 폴리를 계속 보여달라고 했다. 일주일치 약을 다 먹은 후에야 폴리를 끊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소아과 선생님의 조언: 아이는 강아지처럼 키우는 것




일주일의 훈련 과정을 끝내고, 소아과를 가서 약 먹이기 훈련썰을 푸니 잘했다고 하시며 한 가지 더 조언을 해주셨다.


"아이는 강아지처럼 키우는 거예요."라고 말씀하셨다. 엄마들이 생각보다 아이를 다루는 법을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하셨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어려운 일을 할 때 보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제 기저귀 뗄 때가 되면 동일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하셨다. 도영이 같이 루틴이나 보상원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스티커판 같은 시각적인 도구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스티커를 다 모으면 장난감을 사주거나, 맛있는 것을 사주면 된다는 것.







훈련을 통해 깨달은 점



훈련의 과정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작은 성취가 쌓여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삶 속에 루틴으로 자리 잡는다. 다만 어른과 아이의 다른 점은, 그 루틴들이 아이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약 먹이기 훈련은 단순히 약을 먹는 문제를 넘어, 아이와 함께했던 작은 성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성취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뿌듯함과 동시에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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