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란다이어리 May 30. 2019

[뽀란's Diary] 26 day 3월 25일

책 따라 하기 + 루브르 투어

뽀가 쓰는 3월 25일 Diary 


 오늘은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 날. 


 어젯밤. 파리의 중심가에 위치한 두 번째 숙소로 이동하려고 알아봤는데 너무 막막했다. 캐리어를 이끌고 환승을 할 수도 있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는 파리의 지하철...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결국 우버를 타기로 했다. 우버로 가려고 보니, 출근시간에 차가 엄청 막히는지 2-30분 거리가 한 시간 반 이상으로 나왔다. 깜짝 놀라서 출근시간 전에 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침 7시에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우버를 불러줬고, 덕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택시 아저씨의 첫인상은 무뚝뚝해 보였는데, 파리가 처음이냐고 하시면서 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를 하나하나 집어서 알려 주셨다. 란이가 불어로 1,2,3,4.. 숫자를 어떻게 말하느냐고 물어보자 친절하게 반복해서 알려주셨고, 그렇게 우리의 이동시간은 불어를 배우는 수업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등등 기본 회화 위주로 많이 알려주셨다. 얼마나 써먹을지 모르겠지만, 현지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 숙소 이동 완료. 

 원래 오늘은 란이는 먼저 루브르에 가서 구경하고, 나는 따로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가이드 투어 하는 시간에 합류하려고 했던 날이다. 예전에 '파리의 스노우캣'이라는 책을 봤었는데, 그 책에 나온 파리는 너무 매력적인 도시였다. 만약 내가 파리에 간다면, 그 책에서 나온 곳들을 찾아 그대로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란이에게 스노우캣 투어를 하겠다고 말했더니, 란이도 날 따라오겠다고 했다. 분수대가 4개나 있는 'Place des Vosges'라는 작은 공원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작지만 조용하고, 여유롭게 쉬어가기에 좋은 공원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투어는 피카소 미술관으로 이어졌는데... 하필 오늘은 미술관 휴관일! 혼자 왔으면 혼자 실망하고 돌아갔을 텐데... 둘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생샤펠 성당'을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잘못 들어가서 이상한 곳에 들어왔다.(나중에 알고 보니 '콩시에르주리'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옥이다.) 지하 공간이 고요하고,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다시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한 ‘생샤펠 성당’을 찾아가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또 잘 못 찾아왔다... 그곳은 법원이었다. 문 앞에서 경찰 같이 보이는 분이 성당 가려면 저쪽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무뚝뚝하면서도 나름 친절한 분이다. 구글 지도로 보니 나 같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나 보다... '여기가 아니랍니다.'라는 리뷰가 있다.     


 2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생샤펠 성당’을 찾았다. 입구 표시도 있고, 줄도 길게 서 있었다. 우린 뮤지엄 패스로 또 바로 들어갔다. 성당의 아담한 내부를 보고 나서 오른쪽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스테인드글라스로 꽉 찬 유리창이 보였다. 그날따라 햇살도 좋아서 스테인드글라스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그동안 성당 내부에서 본 스테인드글라스 중에는 여기가 제일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번에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찾아갔다. 스노우캣 책에도 나오고, 영화 비포선셋에서도 나오는 유명한 서점이었다. 내부가 마치 스튜디오처럼 아기자기하고 너무 예뻤지만,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는 곳이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어쩌면 위장한 천사일 수도 있으니 -     


 라는 글귀가 새겨진 인상 깊은 서점이었다. 딱 저 글귀가 써진 곳에서 란이랑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다들 신기하게 보고 지나갔다. 저는 그냥 저 글귀를 적고 싶었을 뿐...     


 팡테온과 뤽상부르 공원은 생각보다 별로다. 생샤펠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본 다음이라서 팡테온 내부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뤽상부르 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큰 공원이었지만 모래 먼지가 너무 많았다.     


 그다음은 간식 시간! '피에스 에르메'에서 마카롱을 사고, '카페 레 되 마고'에서 쇼콜라쇼와 케이크를 먹었다. 특히 쇼콜라쇼는 '진하고, 맛있는 쇼콜라쇼! 굳으면 고대로 초콜릿이 될 것 같은 진한 쇼콜라쇼!'라고 스노우캣 책에서 표현하고 있어서 너무나 기대했던 핫초코다.     


 하... 정말 다크 초콜릿을 중탕해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았다. 란이가 너무 달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응? 달아서 머리가 아파?'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바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와.. 이게 달아서 머리가 아플 수 있구나.' 우리 둘 다 더 먹지 못하고, 남겨버렸다. 분명 맛있다고 했는데 왜 별로인 거지... 그냥 커피나 마실 걸 그랬다.     


 루브르 밑에 쇼핑센터를 다 돌았는데도 아직 투어 시간이 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루브르의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란이랑 그림 그리고 놀았다. 란이가 잠깐 사진 찍으러 간 사이에 어떤 아저씨가 그림 그리는 날 보며 말을 걸었다. 그림 예쁘다며 말을 걸었는데, 루브르 투어시간이 다가와서 짧게 인사하고 일어났다. 혼자 이렇게 그림 그리고 있으면 정말 말 걸기 쉬울 것 같긴 하다. 조심해야겠다...


루브르 투어를 기다리며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루브르 투어가 시작되었다.


 가이드님이 그림 보는 방법과 역사적 배경, 관련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설명해주셔서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 루브르는 원래 박물관이 아니라 왕궁으로 쓰려고 했던 곳이라고 했는데, 곳곳에 왕국으로서의 루브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알려주셔서 새로웠다. 이 넓은 루브르를 짧은 동선으로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 니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 등 루브르의 대표 작품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투어였다.   

  

 투어가 없었다면, 그냥 그림을 보고 기억에 남는 것 없이 루브르를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니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보이고, 시대적 배경을 듣고 나니 그림 속 표정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듯하다.     

 오늘에서야 파리가 조금 좋아졌다. 햇살 좋은 날, 예술가들의 도시에서 센 강 다리 위에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은 파리가 좀 예뻐 보이는 날이다.     



란이 쓰는 3월 25일 Diary     


오후 11시 17분     


 내가 가장 고대하고 고대한 일정. 루브르를 만났다.


 미술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은 서양미술사이다. 서양미술사는 르네상스, 낭만주의, 인상주의, 후기인상파, 입체파 등등 배울 것도 많고 외울 것도 많은 아주 머리가 지끈거리는 공부이다. 하지만 미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공부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 중요한 서양미술사의 방대한 자료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다.


 나는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미술을 계속 할 사람이므로 이 경험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일부러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 투어를 하는 오늘 아침부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사실 아침부터 루브르를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려고 했으나, 스노우캣 투어를 간다는 뽀의 루트가 재밌어보여서 따라다니느라 원래 하려던 오전 일정은 못하게 되었다. 스노우캣 투어에서 너무너무 달아서 머리까지 지끈했던 쇼콜라 쇼도 먹고, 예쁘지만 먼지바람이 휘날리는 룩셈부르크 공원에 가보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루브르로 향했다.


 루브르 앞의 작은 개선문 앞에서 가이드님을 만나고 투어는 시작됐다.

 가이드님은 루브르의 작품만을 설명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역사적인 배경까지 함께 설명해주셨고, 그 내용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하나하나 감상해갔다.


루브르 투어 가이드님과 함께


  나는 작품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있는 나의 지식의 바다에 헤엄쳐 보려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너무나 많은 작품들 속에서 행복에 겨워 잠시 동안 감동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렇게 많은 작품이 한데 모여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작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이 순간 내가 스케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속상했지만, 이건 내가 남은 기간 동안 시간을 내어 와보리 하는 마음으로 속상함을 달랬다. 감동의 3시간이 무려 3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고, 뽀와 나는 이만 거대한 루브르를 빠져나왔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술인생이 루브르를 본 지금부터 어떻게 달라질지 나도 너무 궁금하다. 내가 한층 성장하는 오늘이 됐기를 바라며, 마음 한켠에 거대한 루브르를 다시금 새기며 잠을 잘 준비를 한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2층 문구 - Artist @_ran_art




이전 26화 [뽀란's Diary] 25 day 3월 24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