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미술관 투어
뽀가 쓰는 3월 24일 Diary
오늘은 뮤지엄 패스 개시 첫날이다.
어제 파리 지하철 후유증으로 이번에는 미리 오는 지하철 표까지 구입해 놓았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안녕하세요!”가 들렸다.
한국말 한 줄 아는 외국인이 너무나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에게 인사하고 갔다.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보고 한국어로 인사까지 먼저 해주셔서 너무 반가웠다.
뮤지엄 패스로 제일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오랑주리 미술관'.
이 곳에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다. 2개의 방안에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크고 길게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중간에 서서 천천히 돌아보면 빛에 따라 변하는 수련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다.
이것만 보러 온다고 해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지하에 다른 작품들도 많아서 더 좋았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오르세 미술관'.
다들 한 번씩 인증 사진을 찍고 가는 그 시계탑 앞에서 사진 찍고 나서, 오르세의 여러 작품들을 구경하였다. 오르세 미술관은 저번에 파리 왔을 때 들렸던 곳이라 또 안 봐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또 새로웠다.
지금 오르세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큰 그림 앞에서 란이는 감동받아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숨이 멎을 거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어렴풋이 그 기분을 알 것도 같다. 작품이 거대할수록 다른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미술관을 두 개나 보고 나니 배가 고팠다.
"한식 먹을래?" 둘 다 같은 생각. 우린 바로 한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밥을 좋아하는 애들이 어떻게 빵만 먹고 다니려고 했는지.. 한식당을 찾아서 돌솥비빔밥과 김치제육볶음을 먹었다. 너무 맛있고, 든든했다. 한국음식을 먹으면 다른 음식으로 채워지지 않는 든든함이 있다. 우린 역시 한국인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 현대미술작품을 보러 갔다. 진짜 오고 싶었던 곳인데 저번에 파리 왔을 때 그냥 멀리서만 보고 가서 이번에는 꼭 들어가 보고 싶었다. 겉으로 드러난 에스컬레이터로 인해 독특한 외관을 뽐내고 있는 거대한 미술관이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엄청 길게 서 있었지만, 우린 뮤지엄 패스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파리에서는 뮤지엄 패스가 최고다. 안쪽에서 한 번 더 줄을 선후에 외관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면서 밖에 있는 파리의 전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면서 저 멀리 몽마르뜨, 에펠탑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미술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전망대로 오는 곳인가?'싶을 만큼 멋있는 전망대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입구를 못 찾아서 계속 헤매었다.(닫힌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동문이었던 미술관 입구... ) 들어가 보니 4층, 5층에 걸쳐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꽤 많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관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옆에서 들려오는 란이의 설명도 유익하고(맞춤형으로 설명해주는 란이), 칸딘스키, 피카소, 마티스 등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 작품들까지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미술관 투어다. 좋다.
란이 쓰는 3월 24일 Diary
오후 4시
오늘은 조금 재미있게 하루를 시작했다.
유럽을 다니다 보면 많은 유럽인들이 '곤니찌와' 또는 '셰셰'라는 말을 우리에게 한다. 그만큼 동양인을 한국인보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 한국어보다 일본어나 중국어를 먼저 들으면 굉장히 속상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k드라마 k팝 열풍으로 한류 바람이 불면서 나름 한국을 아는 사람이 많이 생긴 듯하다.
박물관 투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미술관이 밀집한 오르세 근처의 역에서 내렸다. 길을 찾기 위해 내려서 잠시 핸드폰을 보는데 한쪽 귀에서 너무나 익숙한 "안녕하세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뽀는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고, 그 옆을 보니 우리를 보고 씩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가시는 프랑스분이 계셨다. 우리를 보고는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가시는데 우리는 순간 당황해서 고개만 꾸벅하고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분이 가시고 난 후 이렇게 먼 타지에서 우리말을 해주는 고마운 분을 만나다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오늘 한 번 더 일어났다.
심지어 우리에게 "한국어 지금 배우고 있어요." 라며 또박또박 한 발음으로 말씀해주신 프랑스분. 아까는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한 표정으로 인사만 드렸지만, 전달될지 모르나 지금 너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타지에서 너무나 힘든 상황에 한국어로 조금이나마 힐링을 하게 해 주신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