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나라. 디즈니 랜드
뽀가 쓰는 3월 26일 Diary
오늘은 디즈니랜드 가는 날이다.
'파리에서 몽생미셸 가서 성 볼래? 디즈니랜드 가서 성 볼래?'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디즈니랜드! 여기까지 왔는데 디즈니랜드 정도는 가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디즈니로 가는 지하철 안이다. 미키마우스 표시만 따라가면 된다고 해서 정말 미키마우스만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기대된다.
드디어 디즈니 랜드 도착! 디즈니 랜드는 두 곳으로 나뉘는데, '파리 디즈니 랜드 파크'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파크' 이렇게 두 곳이 있다. 나중에 퍼레이드와 일루미네이션을 보려면 디즈니 랜드 파크로 가야 해서 그전에 스튜디오 파크를 먼저 가기로 했다.
많은 놀이기구 중에 하나를 골라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도 역시 파리인가 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에서 담배를 피우고, 앞에서는 전자담배 연기를 뿜어댔다... '와 어떻게 여기서 담배를 피울 수가 있지?'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어린아이들도 많았고, 분명히 흡연 구역도 따로 있는데 정말 매너는 어디로 갔는지... 담배 냄새와 함께 뒤에서 한 여자분이 엄청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바람에 귀가 아팠다... 파리는 역시... 또 싫어진다.
담배연기와 소음을 참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불어로 방송이 계속 나왔다. '뭐지? 이상하다.' 하면서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영어로 방송이 나온다...
뭐? 고장 났다고?
이렇게 많이 기다렸는데 고장...? 어이가 없다. 더 즐겁게 놀기 위해서 놀이기구를 기다리고 있던 건데, 이 시간 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있었다. '그냥 타지 말까.' 하는 생각으로 걸어가다가, 토이스토리 관련 놀이기구가 줄이 짧아서 타러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배 대신 레이싱카를 타는 바이킹 놀이기구다. 짧게 탔지만, 놀이기구 하나 타고나니까 다시 기분이 올라가서 여기저기 사진 찍고 돌아다녔다. 조금 추웠지만 햇살이 따뜻한 날이라 날씨마저도 도와주는 것 같았다.
유명한 놀이기구 중 하나인 라따뚜이를 타러 갔다.
유명한만큼 대기시간이 긴 놀이기구였지만, 싱글 라이더로 타면 거의 바로 탈 수 있어서 란이랑 따로 줄 서서 들어갔다. 놀이기구 타기 전에 3D 안경을 끼고 출발했다. 주인공 생쥐 셰프 '레미'가 돼서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영화 속 음식을 보면서 놀이기구를 탔더니 배가 고파진다... 바로 옆에 셰프 레미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갈 뻔했다. (참고로 예약 필수에 엄청 비싸다고 한다.)
디즈니랜드 파크로 넘어가서 퍼레이드 한 시간 전부터 자리 잡고 기다렸다.
벌써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모여들었다. 더 늦게 왔으면 키 작은 우리는 보이지도 않을 뻔했다. 저 멀리서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오는데 두근두근 거린다. 피터팬, 알라딘,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춤추고 인사해 주었고, 우리도 같이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기다려서 끝까지 본 퍼레이드는 처음이다.
저녁 먹을 곳을 열심히 찾다가 앨리스를 발견했다!
미로로 꾸며진 놀이공간이었는데 구석구석 앨리스 캐릭터들이랑 사진 찍고 놀 수 있었다. 나중에는 계속 막다른 길이 나와서 정말 풀숲 미로에 갇힌 듯했다. 출구를 찾아 란이랑 둘이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앨리스에서 놀고, 저녁을 먹으니 7시였다! 벌써 폐장을 준비하고 있는 디즈니 직원들이 보였다. 지금 이러면 다들 한 장소로 이미 모였을 텐데.. 너무 늦지 않았기를...
마지막을 장식할 일루미네이션 자리를 미리 잡아 놨어야 했는데 늦은 것 같다. 맨 앞 줄은 이미 차있었고, 중간은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 자리를 맡아 놓고 있었다. 우린 그 뒷자리에 앉았는데 나중에 그 자리로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 20명 정도 들어가 앉는 바람에 우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하.. 나중에는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버렸다. 치고 가도 사과도 없고, 미리 맡아두는 공간도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제발 일어나지만 말아라...' 하며 어서 빨리 시작하길 바랐다.
시작하려고 하자 우리 옆쪽은 다 일어나버렸고, 우리 뒤에는 키 작은 어린 어린아이들이라서 결국 쪼그려 앉아서 감상했다.
일루미네이션을 보는 순간. 주변의 모든 짜증 나는 상황들은 모두 잊었다.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디즈니 핑크 성이 스크린으로 변하며 갖가지 색으로 어우러지고, 디즈니 성을 중심으로 양 옆에서 불꽃놀이와 분수쇼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라이온 킹, 인어공주, 엘사, 미녀와 야수 등등 모습들이 디즈니 성에 나타났고, 특히 라이온 킹은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고 와서 그런지 울컥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환상적인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파리로 오는 모든 분들을 붙잡고, 제발 디즈니랜드 가서 직접 눈으로 보라고 말하고 싶다.
매너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던 파리 디즈니랜드는 마지막 그 모습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다.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본 디즈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오늘이다.
란이 쓰는 3월 26일 Diary
오후 7시 16분
우리는 지금 디즈니랜드에서 일루미네이션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동심의 세계를 보내는 일정. 하루를 통째로 온전히 디즈니랜드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우리에게 디즈니는 많은 추억이 담긴 상징(?)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한 기업체이지만 우리(뽀란은 91년생) 세대에겐 아주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는 하나의 상징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 근데 앞, 뒤, 양 옆으로 나와 뽀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일기는 조금 이따가 다시 써야겠다.
오후 9시 27분
숙소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아까는 너무 괴로워서 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조용해진 지금 오늘을 정리하려 한다.
어릴 적 매주 일요일 아침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TV 앞으로 가곤 했다. 이유는 매주 일요일 오전은 월트 디즈니가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잠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서 누가 아주 강하게 흔들어 깨우지 않는 이상 잘 일어나지 않는 아이였다. 하지만 일요일 오전만큼은 월트 디즈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모님보다 일찍 일어나 소파 위를 점령하곤 했고, 디즈니를 보며 상상 속 세계를 날아다니곤 했다.
디즈니를 보며 공주가 되고 싶어 하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요정이 되어 보고 싶어서 요술봉을 만들어 휘둘러보기도 하는 등 디즈니를 통해 다양한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어릴 적뿐만 아니라, 나는 여전히 동심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도 디즈니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
이렇게 큰 의미로 남아있는 디즈니를 디즈니. 랜. 드.로 그 속에 들어가 만나본다는 것을 상상해보고, 꿈꿔보긴 했었지만, 실제로 이룰 것이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파리에 와서 경험하게 되었다.
아침에는 매우 설렜다. 디즈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름 위를 걷는 것 마냥 행복했다. 그런데, 디즈니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있으면서 모든 마음이 반감하고 추락했다.
이유는 사람 때문에.
사실 파리라는 도시는 굉장히 좋다. 예술의 도시이며, 패션의 도시답게 매우 세련됐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별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체로 주변인을 조금 많이 불편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첫 번째는 담배, 모든 사람들이 길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핀다.(유럽 전체가 대체로 이렇다고 한다.) 매우 불쾌하다. 길 전체에서 담배냄새가 풍기고, 그뿐이랴 찌린내도 어디선가 난다. 아마도 길에서 소변을 보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두 번째는 소매치기, 이것도 유럽 몇몇 도시에서 활개치고 있는 부분인데, 소매치기가 너무 많기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매 순간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나의 짐을 지키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 상태는 사람을 매우 힘들게 한다.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이고, 피곤하다.
그리고 언어, 물론 내가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너무 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절대로 영어로 대답해주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답답하고, 짜증 나더라도 무조건 불어로 대답하고 얘기한다. 영어로만 이야기해주더라도 조금 말이 통할 텐데, 너무나 배려 없는 행동에 진이 빠지곤 한다.
디즈니랜드에서 어김없이 이 부분들로 고역을 많이 치렀다. 줄을 서는데 그 안에서, 심지어 아이들도 있는 그 많은 인파가 있는 곳에서 갑자기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앞 뒤로 담배를 꺼내 물곤 뻐끔뻐끔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이게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시민의식이 깨어있다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을 가졌다. 자유롭다 못해 모든 개념까지 다 자유를 줬나 보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담배로만 끝나면 차라리 숨을 참고 말지, 본인들끼리 이야기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우리 귀 옆에서, 몸을 딱 붙이고, 귀에 앙칼지게 들려오는 불어를 아주 크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하는 거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할 텐데, 그런 행동이 아주아주 익숙한 것이 매번 하는 듯했다. 상당히 불쾌해서 얼굴을 심히 찌푸리고 거리를 유지했다.
30분이란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꽤 앞으로 온 순간. 우리는 우리의 두 귀를 의심하는 내용을 들었다.
놀이기구. 고. 장.
고장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줄에서 나가지 않는 다른 분들이 신기했지만, 우리는 높은 줄을 넘고 넘어 밖으로 나갔다. 디즈니의 첫 일정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오늘은 안 풀리는 날인가?'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일들을 시작으로 하루 동안 아주 많은 에피소드가 나온 오늘이다.
좋은 일과 힘든 일이 반복된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은 오늘, 첫 이미지는 별로였지만 퍼레이드와 일루미네이션을 보고 난 후, 하루 동안 고생한 것들이 날아가버렸다.
퍼레이드를 보면서 어렸을 적 상상했던 공주와 왕자, 요정 등 등장인물들이 내 앞에서 춤을 추고, 인사해주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훨씬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아이보다 더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일요일 아침 월트 디즈니를 기다리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디즈니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일루미네이션!
정말 환상적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 없는 환상적인 쇼였다.
그냥 있어도 예쁜 핑크 성이 다양한 색의 빛으로 옷을 입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적인 광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맵핑된 그림이 계속 바뀌면서 디즈니 속 음악도 함께 들려오는데, 사람이 많고 주변이 힘들게 한들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니 그 성에 매료되어 주변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런던에서 라이온 킹을 뮤지컬로 보고 와서인지 처음 나온 라이온 킹은 마음에 와 닿았고, 인어공주가 나온 순간 우리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성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심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순간이다.
행복에 젖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 마음과 경험을 글로 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이렇게 황홀하게 오늘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