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tgreen Aug 15. 2020

[뉴스]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 최종 무죄 확정"

2020년 6월 25일, YTN

며칠 전, 그림 대작 사건으로 2016년에 기소되었던 가수 조영남 씨에 대한 최종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사기죄로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무죄,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결 역시 무죄였습니다.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 중 하나는 문제가 된 그림들을 그린 사람은 대작 화가이지만, 그림의 아이디어는 조영남 씨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는데도 그 작품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은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들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통상적으로 그림의 작가는 그 작품을 직접 그린 사람이고, 조각의 경우에도 재료를 붙여 나가거나 깎아내는 작업을 직접 행한 이가 그 작품의 작가가 아닐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개념미술가들은 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사고의 흐름을 단번에 끊어버리는데요. 미국의 개념미술 작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작품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존 발데사리, <의뢰된 그림: 에드가 트랜슈가 그린 그림>, 1969; <의뢰된 그림: 조지 워커가 그린 그림>, 1969

발데사리는 그의 친구와 함께 길을 걸으며 친구에게 무작위로 거리의 물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도록 부탁한 후 친구의 손과 해당되는 사물이 한 화면에 담기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아마추어 화가들에게 발송하면서 가능한 사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그려 달라는 주문을 합니다. 물론 보수도 지급되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14명의 아마추어 화가들이 발데사리의 사진을 그린 14점의 그림들이 발데사리의 <의뢰된 그림들(Commissioned Painting)> 시리즈입니다. 사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 미국에서 전개되었던 (‘하드-에지(Hard-Edge)’라는 용어로 불리는) 기하학적 추상 경향의 작가 알 헬드(Al Held)가 “개념미술은 그저 사물을 가리킬 뿐”이라며 개념미술을 비판한 발언에 대한 발데사리의 응답이었습니다. 14점의 그림에는 각각의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에드가 트랜슈가 그린 그림(A Painting by Edgar Transue)’, ‘조지 워커가 그린 그림(A Painting BY George Walker)’이라는 문구가 버젓이 써 있음에도, 이 그림들은 트랜슈 또는 워커의 것이 아닌 ‘발데사리의 작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지요. 발데사리는 <의뢰된 그림들> 시리즈를 통해 개념미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예술에 있어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완결된 작품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바로 예술이라는 것이지요. 


로버트 배리, "전시기간 동안 갤러리는 닫습니다", 1969

조영남 씨의 화투 그림 대작 사건이 무죄로 판결이 난 데에는 ‘개념미술’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또다른 개념미술가 로버트 배리(Robert Barry)는 1969년부터 1970년까지 로스앤젤레스, 암스테르담, 그리고 토리노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갤러리 공간에는 아무것도 전시되어 있지 않았지요, 그저 “전시기간동안 갤러리는 닫습니다”라는 안내 문구 뿐이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고, 그 누구도 예술가가 될 수 있는 현대미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