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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green Aug 11. 2020

[뉴스] 고흐 그림 도난 사건

"80억짜리 고흐 그림 '코로나 휴관' 중에 털렸다

2020년 3월 31일, JTBC 뉴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전후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마스크를 구매하며, 속절없이 지나가는 찬란한 봄을 창 밖으로만 내다볼 뿐입니다. 전세계적인 확산세를 보이는 바이러스로 인해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문화예술계에도 여러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대부분의 공연들이 취소되는 가운데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든 극장은 6월 초까지 폐쇄를 결정했고, 주요 박물관/미술관들 역시 휴관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 1884, 25x57cm

네덜란드 중부에 위치한 싱어 라렌(Singer Laren) 미술관 역시 지난 3월 12일부터 휴관 중이었는데 30일 새벽, 전시되어 있던 고흐의 그림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림의 제목은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The 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으로 고흐의 아버지가 네덜란드의 남부 마을 뉘넌에서 목사로 활동했던 1883-84년에 고흐가 그린 목사관 정원 시리즈 중 한 점입니다. 멀리 교회탑이 보이는 정원에 어두운 옷을 입은 여성이 서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갈색조로 칠해진 정원이지만 나뭇잎 사이로 초록빛이 언뜻언뜻 비치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도난 사실을 보도한 뉴스에서 반 고흐를 '후기인상파'로 설명하고 있는데, 후기인상주의(Post-Impressionism)란 인상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은 19세기 후반의 작품 경향을 광범위하게 가리키는 용어로서 대표적인 후기인상주의 작가로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폴 세잔을 들 수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1872, 48x63cm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의 세부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에서 비롯된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문자 그대로 한순간의 인상을 화폭에 담는다는 의미입니다. 인상주의자들은 '순간적이고 덧없고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여 그럴 것이라 믿어지는 색이 아닌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색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나무를 그려보세요"라는 요구를 받으면 우리는 보통 나무기둥과 줄기는 갈색으로 나뭇잎은 초록색으로 색칠합니다. 이렇게 어떤 대상을 떠올렸을 때 '그럴 것이라 믿어지는 색'을 관념적 색이라 하는데, 빛의 효과, 대기의 상태, 그리고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눈에 보이는 색'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상주의자들은 색채의 관념성을 넘어 자율성을 획득한 것입니다. 눈만 한 번 깜빡여도 빛의 산란에 의해 달라지는 색채를 담기 위해 인상주의자들의 그림은 재빨리 그려질 수밖에 없었고, 눈이 인지하는 한 개의 색을 면처럼 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색을 이루는 무수히 많은 색의 조각들로 분해하여 색점으로 표현했습니다. 고흐의 정원에서 발견되는 색점들이 바로 인상주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나뭇잎을 그린 방식뿐만 아니라 여인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시면 과거의 그림들처럼 정확하고 세밀한 윤곽선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여러 차례 붓을 터치하는 것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73.7x92.1cm

하지만 고흐는 인상주의자가 아닌 후기인상주의자로 설명되는데, 그 이유는 고흐의 붓터치가 인상주의자들의 그것과는 다른 또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터치는 고흐의 불안정한 감정을 반영합니다. 고흐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동시에 인상주의가 시각적인 것에만 매달려 화가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림을 자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을 물결치는 듯한 붓터치로 표현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요양원에서 그린 그림으로 희망을 상징하는 별과 함께 당대 주로 묘지에 심어졌던 사이프러스 나무를 배치하여 죽음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끝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은 이후 인간의 격정적인 내면에 관심을 가졌던 표현주의(Expressionism)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4&v=ubTJI_UphPk&feature=emb_logo

영국드라마 '닥터 후'의 다섯번째 시즌에 반 고흐가 등장합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닥터가 고흐를 현대로 데리고 와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는데, 모네의 작품들이 걸린 갤러리를 정신없이 지나친 고흐의 눈앞에 자신의 그림으로 가득찬 공간이 펼쳐집니다. 닥터가 큐레이터에게 질문해요. "미술사에서 고흐는 어떤 인물인가요?" 큐레이터는 열띤 표정으로 대답하고, 그의 설명을 듣던 고흐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집니다.  "저에게 있어, 반 고흐는 가장 훌륭한 화가입니다.  그는 (훌륭한 색채로) 삶의 고통을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어요." 안타까운 뉴스로 글을 시작했지만,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고흐의 삶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지쳐가는 대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찾아내는 요즘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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