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2001)라는 영화 보셨나요? 빨간 상의에 짧은 머리를 한 오드리 토투의 모습을 담은 강렬한 영화포스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대학생 때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20년 전 영화네요..하하.. 고독하게 자라 온 아멜리에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방법을 고안해내고, 그로 인해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자신의 사랑까지도 쟁취하게 되는 사랑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어요. 원색의 쨍한 색감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한 재밌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였죠. 오늘은 이 영화에서 아멜리에가 ‘유리 인간’이라는 별명을 가진 레이몽 뒤페엘 할아버지의 집에 방문했을 때 등장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의 작품 <뱃놀이 일행의 오찬(Le déjeuner des canotier)>(1881)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영화에서 뒤페엘은 르누아르의 이 작품을 모작해서 그리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죠.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세느 강(Seine River)의 샤투 섬(Ile de Chatou)에 있는 노천 카페 메종 푸르네즈(Maison Fournaise)에서의 장면이에요. 당시 이곳은 사업가, 사교계 명사, 예술가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계급의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져 여가 시간을 보내는 유명한 장소였다고 합니다. 르누아르가 살던 시대와는 다른 외관으로 변했지만, 현재까지도 이 곳은 장사를 하고 있다네요. 1906년에 문을 닫았다가 복구 작업을 통해서 재개관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작품의 가장 앞쪽에는 병, 잔, 포도 등 정물들이 늘어져서 그려져있어요.이 부분은 르누아르의 스튜디오에서 그려졌다고 추측되는데요, 물감을 두껍게 발라 그린 것이 특징이예요. 느끼셨겠지만, 이 작품의 제목이 뱃놀이 일행의 ‘오찬’임에도 불구하고 음식은 잘 묘사되지 않았어요. 르누아르는 모든 재료들은 그것의 자연적인 형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며, 완성된 요리를 그리기 보다는, 식자재 그 자체를 그렸다고 하네요. 동료 작가인 모네나 카유보트가 완성된 음식을 그렸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그가 주목하고자 했던 것이 음식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날씨에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고 있는 대화와 그 분위기라는 점을 알 수 있어요.
그 다음으로는 인물들을 보게 되는데요. 르누아르는 이 작품에 총 14명의 인물을 그려넣었어요.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은 르누아르의 실제 친구, 지인들이라고 밝혀져 있는데요, 이 작품을 제작할 때 르누아르는 그의 친구들을 이곳에 불러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답니다. 각 사람의 초상을 하나씩 그려넣은 거죠.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밀짚 모자를 쓴 사람들인데요. 레스토랑 주인의 아들과 딸이라고 해요. 가장 뒤쪽에는 컬렉터이자 역사가인 찰스 에프뤼시(Charles Ephrussi), 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시인 줄스 라포르그(Jules Laforgue), 강아지를 안고 있는 여인은 훗날 르누아르의 아내가 된 알린 샤리고(Aline Charigot), 뒤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여인은 배우 알렌 앙드레(Ellen Andrée), 그의 절친한 동료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도 등장합니다. 알렌 앙드레는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압생트(L’Absinthe)>의 모델이기도 해요. 그림의 뒷 배경으로는 풍경이 그려져 있는데요, 세느 강변의 화사한 빛과 바람이 화면을 가득메워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뛰어낸 색채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어했어요.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캔버스 위에서 처음 칠한 색이 마르기 전에 또 다른 색을 얹어 부드러운 색채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고독해 보이는 그림 속 인물과 같이 영화 속 아멜리에도 마찬가지로 그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은 채 홀로 있습니다. 영화 아멜리에의 뒤페엘 할아버지는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모두 이해했지만,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여성의 표정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는데요. 그 여성은 쭉 혼자였던 아멜리에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행운은 자전거 레이스와도 같아 섬광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붙잡을 수 있을 때 꽉 잡아야 한다”는 뒤페엘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영화에서 아멜리에가 그러했듯이, 르누아르의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시면서 아름다운 색채, 활기찬 분위기, 그 속의 행복한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