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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Aug 05. 2020

[뉴스] 크리스티 경매

양혜규 작품 작가의 경매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다. 

글로벌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는 7월 10일 처음으로 홍콩·파리·런던·뉴욕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생중계 경매 ‘원(One)’을 열었습니다. 크리스티는 낙찰총액 4억 2,094만 달러(약 5,050억 원)을 거둬들였다고 15일 밝히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는 요즘 미술시장에 다시 호흡을 불어넣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당시 경매의 최고 낙찰가는 한화로 약 555억 원으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기쁨의 그림과 함께 있는 누드 Nude with Joyous Painting>이 경매되었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국내 작가로는 MMCA현대차시리즈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오는 9월 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이 추정가 약 4,700만~6,200만 원에 경매에 나와 그 두 배 이상인 약 1억 2,600만 원에 팔렸다고 하네요. 이는 좀처럼 경매에 작품이 나오지 않는 양 작가의 경매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양혜규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테델슐레에서 유학 후 2017년부터 독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은 2010년부터 제작되고 있는 《신용양호자들 Trustworthies》이라는 연작입니다.


<졸졸 고사리-신용양호자 #280>, <가면 쓴 얼굴-신용양호자 #279>


해당 작품은 국제갤러리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근·현대미술관 및 복합전시공간인 오베트1928에서 양혜규의 개인전 <동음이의어들의 가계 Family of Equivocations>를 개최했을 당시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오베트1928과 스트라스부르 근·현대미술관에서 지금까지 소개된 적 없는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아방가르드의 전통을 재해석함으로써 비관습적인 미술을 폭넓게 전개하는 전시였다고 합니다.  

(아래는 스트라스부르 근·현대미술관 홈페이지입니다.)

<동음이의어들의 가계> 전시 이미지 중 <소리 나는 의류>, 2013 / <의상 동차 - 음양>, 2012  

<폭발하는 중앙 구성-신용양호자 #184>(2012-2013)는 이번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으로 총 11점의 작품이 하나의 설치로 구성되었습니다. 각각의 작품은 보안 무늬가 있는 편지 봉투로 제작된 콜라주입니다. 우선 작품의 소재가 비미술적인 재료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봉투인데요. 일반적인 봉투와 달리 요즘에는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보이지 않게 하도록 속에 보안봉투가 하나 더 들어있는 경우가 많지요. 이중 보안봉투라고 불리는 이것을 사용했습니다. 일상의 소재를 미술의 범주로 끌어오는 것은 이미 오래전 다다이즘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미술로 오면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일상의 재료는 미술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양혜규의 경우는 세상의 변화나 자신만의 세계관을 작품에 반영하기를 고집하고 또 굳어져 버린 고정관념이나 체제에 시비를 걸어 변화를 야기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중 봉투가 무엇을 상징하기에 이런 거창한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작가는 이 작품 이외에도 무수한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양혜규, <폭발하는 중앙 구성 - 신용 양호자 #184>, 2012~2013, 보안무늬편지봉투 콜라주.   
<신용양호자들> 연작은 이중 보안 편지봉투의 속지를 한쪽은 칼로 자르고 다른 쪽은 손으로 찢어 붙인 콜라주 입니다.              

이중 봉투가 만들어진 계기는 누군가 뜯지 않아도 빛에 비추어 그 속의 내용물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작된 것입니다. 즉, 감시 체계를 인지한 피감시자의 방어기제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러나 양혜규는 그 속지를 찢고 붙이는 작업을 통해 외부로 노출시켰습니다. 즉, 은폐되어 있던 내부의 것을 밖으로 드러내면서 기존 속지의 기능을 상실시키고 속이 겉이 되는 모순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작가는 은폐와 노출이 상호모순을 일으키는 정보사회의 여러 문제를 하나의 면으로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그는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인 사물로 제시함과 동시에 최근 뉴스에서도 보이는 범법 행위에 따른 필수불가결한 새로운 감시망과 개인 정보의 유출과 같은 점들의 단면을 이중 보안 편지 봉투의 속지를 통해 꼬집는 것입니다.

이렇게 명료하지만 명쾌한 작가의 분석은 정치사회학적 문맥을 날카롭게 뚫기에 그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라 부를 수 있습니다. 저명 아트 어드바이저로서 컬렉터이며 예술사학 교수, 비평가, 전시기획자인 피에르 스택스(Pierre Sterckx) 역시 안과 밖의 의미가 항상 동시에 담겨 있고 내부라는 개념이 외부로 확장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양혜규 작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오래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명망 높은 앙드레 고츠라는 전문가도 칼럼에 썼듯 양혜규는 대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참고로 오는 9월 30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O2 & H2O>전이 개최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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