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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Jul 30. 2020

[공공미술] 로버트 인디애나 <LOVE>



명동 대신증권 파이낸스 센터 앞에 놓여있는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작품 <LOVE>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회색빛의 도시풍경 속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 작품이지요! 오늘은 이 작품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본명은 로버트 클락(Robert Clark)로, 1928년 인디애나 주 뉴캐슬에서 태어났습니다. 런던에서 공부하고 난 뒤, 1954년 뉴욕으로 이사하면서 그가 태어난 주의 이름인 인디애나를 따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는 1960~70년대 미국의 팝아트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며 대중적이고 간결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주제로 다룬 것은 미국을 상징하는 심볼, 표지판, 그리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숫자 등 입니다. 그는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단어를 작품으로 만들기도 하였고, 일상에서 수집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아상블라주를 만들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 그는 당시 미술계의 주류로 여겨졌던 기하학적 추상에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숫자, 문자 등을 더한 작품을 선보였고,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습니다.


<LOVE> 1967, <American Dream> 1961


인디애나의 <LOVE>는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팝 이미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1965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인디애나의 회화 작품 <아메리칸 드림(The American Dream)>을 구입한 뒤, 크리스마스 카드로 사용할 이미지 디자인을 의뢰했어요. <아메리칸 드림>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승자가 모두 갖는 게임’으로 누군가가 얻는다면,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성조기에서 따온 별들과 네 개의 원형 상징물 위에 숫자와 문구들을 새겨넣어 냉담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다시 <LOVE>로 돌아가면요. 그는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 늘 보던 ‘God is Love’ 사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디애나는 L과 O 아래 V와 E를 위치시켰고, 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색을 사용해 LOVE 카드를 만들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후 LOVE는 판화, 회화, 조각, 배너, 우표, 포스터, 티셔츠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O를 똑바로 둔 채로 디자인했다면, 이후에는 O를 45도 각도 기울인 버전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LOVE>의 인기로 이 작품은 로버트 인디애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이 도안은 LOVE가 평범한 단어라는 이유로, 초기에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인디애나가 이 작품으로 많은 금전적 이익을 얻지는 못했다고 해요. 1998년 저작권이 인정되면서 이후 인디애나의 작품세계에 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LOVE의 인기로 그는 상업적인 작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LOVE가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일개 디자인 도안일뿐이며, 상투적이라는 이유였어요. 이러한 미술계의 비판 때문에 전시를 열지못했던 시기도 있었다고 하니, 인디애나에게는 참 소중하면서도 아픈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그는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부모에게 버림받고, 인디애나 주의 한 가정에 입양되었어요. 그러나 입양된 가정 역시 평온하지만은 않았고,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해요. 그가 8살 때 양부모는 이혼을 하고, 정유회사에서 일하던 그의 아버지는 인디애나가 17살이 될때까지 21번이나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LOVE>는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는 아닐까요? 흔하디 흔한 ‘사랑’이라는 단어를 시각화한 작품이지만, 이 단어를 보고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억을 환기하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로 도시를 밝게 물들이는 것은 물론, 사랑을 전달하는 시각언어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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