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에 가기 앞서 글 한 편을 읽고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레드 카펫을 밟으면 누구나 배우가 되는 걸까. 가을, 부산에 가면 영화 감독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걷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사람들이 올 뿐 나와 상관이 없다. ‘그 행사’도 마찬가지다.
퍼블리 박소령 대표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를 취재하고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면서 나눴던 얘기가 있다. “SXSW에서 서비스 소개해서 성공한 사례로 트위터, 포스퀘어만 나온다. 언제적 서비스냐.” 한국에 트위터 바람이 인 게 2009년, 2010년인 걸로 기억한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정말 날렸다. 네이버 미투데이를 흔적도 없이 날렸다. 이 서비스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07년 열린 SXSW에서였다. 벌써 8년 전 이야기다. 그때 얘기가 지금도 거론된다.
내 정보력의 한계로 트위터와 포스퀘어 사례만 아는 걸 수 있다. 그런데 업데이트 주기가 가장 빠른 위키백과 영문판에도 두 서비스가 나온다. 아아.
SXSW.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겐 환상적인 행사다. 축제다. 미국에서 히피 문화가 록 음악과 함께 발현할 때 논의되어 1987년 시작한 음악 축제다. 자생적이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나온 역사로는 그렇다) 관이 끼어서 나랏돈으로 커온 부산국제영화제와 다르다. (이제와 독립성 운운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자립하지 못하면 제목소리 내기가 어렵다.)
음악 축제로 커온 이 행사가 영화와 IT 부문을 신설하더니 30년을 유지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이어온 것자체가 대단하고,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행사로 만든 게 대단하다. 홍콩과 대만에 가면 에그타르트 먹고 오사카에 가면 오꼬노미야끼랑 치즈케이크(도쿄이던가 교토이던가 ..) 먹고 싶어하는 마음과 비슷하려나. 내가 전자출판을 취재하면서 취재원들에게 "정기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안 가봤어? 에이, 가봐야지~" 라는 말을 들었던 것과 비슷하겠다.
상상해보자. 음악 팬이 온다. 그린민트페스티벌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라인업 화려하다고 소문난 음악 축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겠나. 일단 동네 사람들은 다 올 거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거다. 유명한 사람은 연사로 섭외하니 그들이 자고 가든, 밥을 먹고 가든, 몇 시간은 이 곳에 머물다 갈 터이니 그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도 상당할 거다. 연사가 한두 명이 아닌데 음악뿐 아니라 영화, IT에서 불러온다.
일단은 음악과 영화를 먼저 보자. 부산국제영화제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린민트페스티벌이 짬뽕된 이 행사는 분위기가 어떨까. 상상만해도 굿굿이다. 영문으로 된 글을 보니 다들 새벽까지 파티와 공연을 보고 다음날엔 해장을 한다는 얘기를 한다. 모두가 마음을 연 이 때를 파고들어 "우리 서비스 어때요~"를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한다면. 음악과 영화, IT 기자가 몰렸을 때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면 기사 한 번 멋지게 나갈 기회 아닌가.
이게 SXSW에 대한 내 환상이다. 이 상상과 공상을 나만 하지는 않나보다. 박소령 대표에게 이런 글을 전달 받았다. ‘SXSW에서 서비스 내놓는 게 나쁜 생각인 이유’라는 글이었다. 환상이 과하긴 과한 모양이다.치열하게 계산기 두드리며 사업하는 분들에게 이런 글까지 쓰는 걸 보면 말이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서 내 생각을 보태어 정리하자면 이 글은 이렇다.
트위터와 포스퀘어가 SXSW에서 서비스를 소개해 성공한 건 오래된 얘기다. 당시에 스마트폰이 뜨기 직전이어서 바이럴이 필요한 SXSW와 트위터, 포스퀘어는 서로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트위터가 망하고 트위터를 대체할 서비스가 나온대도 SXSW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어렵다. 게다가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고. 아니 참석자가 아니라 SXSW가 여는 경연대회와 전시회에 참가하는 회사가 한 두곳이 아니다. 2015년 IT 부문은 세션이 1250개 열였는데 발표자가 2700명이 왔다. 부스로 꾸리는 트레이드쇼에 부스 555개, 채용 부스는 73개, 게임 부스는 226개, 의료 기기와 서비스만 모은 자리엔 76개가 들어섰다. 여기에서 사람들을 어찌 사로잡아야 할까. 이름이라도 뇌에 새길 수 있을까. 무리다.
3년 연속 참가한 디캠프의 류한석 매니저와 김광현 센터장은 SXSW에 공짜 음식이 널렸다고 했다. 교회 다니라고 말할 때 휴지라도 쥐어주듯이, SXSW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고 공짜 음식을 뿌리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닌 게다. 전단지라도 한 장 건네려면 돈이 든다. 사은품 만드는 것도 돈.
미국에 기반한 기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드는 행사이면, 바다 건너 짐 끌고 가는 타국의 기업에 SXSW는 더 부담스럽다. (다행히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적지 않은 세금을 투입하여 스타트업이 이곳에 부스를 차리는 걸 지원한다. 부스를 설치할 자리 임대비+숙박+항공비가 꽤 드는데 이 비용을 대신 내준다. 현지 코디네이터 노릇을 할 회사까지 고용한다.)
이 글은 SXSW에 가지 말라고까지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알고 있으라는 거다. 잊지 말라는 거다. 득보다 실이 더 큰 행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거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내 환상이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콘진원이 몇 억 원 예산을 들여서 이 행사에 가서 부스를 차릴 스타트업을 고르고(?) 다니는데 그게 효과 있는 투자인지 알고 싶다. 한 번에 알 수 없겠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다. 이와 별개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목격하고프다. 내가 따라잡을 능력이 있는지와 별개로 알고 싶다. SXSW는 뮤지션과 영화인에게 미디어라는 게이트키퍼를 치우고 발표하라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가 몰리는 거겠지만. 노래 만들고 노래 부르고 영화 만들고 연기하는 사람에게 '네 목소리를 내봐'라며 무대에 올리는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쟤가 잘못 썼어'라고 말하는 데서 나아가 '이게 내 생각이야'라고 대중에게 직접 말하는 그들의 오오라를 보고 싶다. (잠도 자고 싶다....)
그런데 말이다. 해마다 오는 윈클보스 형제와 유튜브 '창업빨'이 떨어져 가는 스티브 첸이 오는 걸 보면 쩜쩜쩜쩜쩜쩜. 게다가 비즈 스톤도 또 온다. 흠흠흠. (IT 부문 얘기다)
난 이런 걸 해도 되는 건지;;;;;;
“보라쇼, 남남서로 가라” - 2016 SXSW에서 본 IT/스타트업 핫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