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엔 공연장이 하나 있다. H스퀘어 지하에 두꺼운 철문을 달고 방음시설을 갖춘 기독교 모임소가 있는데 거긴 아니다. 같은 층에 있는 식당 '커먼키친'이다.
커먼키친은 커먼뮤직의 황규석 사장님과 정여경 실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주방장님을 '모셔'온 퓨전 요리집이다. 식당 문을 열고 지금도 잘 나가는 메뉴는 갈치속젓파스타와 오징어먹물깔라마리, 차돌박이 라면이다.
가게는 평일 점심과 저녁에 붐빈다.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데 손님이 평일만 못하다. 금요일 저녁에는 인디 뮤지션을 초대해 공연한다.
2016년 3월 커먼키친이 문을 연 지 1년이 지났다. 주마다 한 번 공연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오픈 파티하던 날과 여유 있는 금요일에 이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음악 문외한이라 들은 적이 있다고 해야 하는지, 본 적이 있다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서울에 집중한 문화 인프라를 부러워하면서 음악엔 젬병이라 내가 감상한 무대의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섯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땀 흘리며 노래하던 모습만 기억한다. 그때 나는 '다 싫다'며 모든 일에 싫증을 냈다. 그런데 눈 앞의 뮤지션은, 손님 적은 그 가게에서 열창을 했다. 지금도 나는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적은지, 악평할지, 기고를 하면 원고료는 얼마나 나오는지를 신경쓰는데 그 사람들은 무대에 오른 이상 그런 걸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해 노래할수록 나는 불편했나. 그래서 요즘 발길을 멈추었는지 모른다.
공연이 아니어도 커먼키친을 찾아갈 만하다. 점심 메뉴인 함박스테이크는 가격 대비 맛과 양이 훌륭하다. 주방장은 손님이 없는 때면 스테이크 패티를 손수 만든다. 이 가게의 웬만한 메뉴는 죄 수제다. 식사에 곁들여 나오는 방울토마토 초절임은 하나하나 껍질을 까서 만들었다. 안주인 노가리는 불에 그냥 굽지 않고, 몇 단계를 거쳐 촉촉하게 구워 나온다. 언제 가도 맛이 좋다.
커먼키친은 낮보다 밤이 좋다. 사장님이 있으면 더 좋다. 선곡 솜씨는 나같은 음악 젬병은 따라갈 수 없는데 듣기에 늘 좋았다. 와인은 3-4만원 대로 마련하여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안주가 살짝 가격이 있는데 주점이랑 비교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이 가게는 와인보다 맥주를 더 공들여 구비한다. 유럽 수도원 맥주 이런 걸 파는데 나는 편하게 마시는 걸 좋아해서 생맥주를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