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데이터 줘놓고선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사건
입사 지원할 때 제일 궁금한 게 뭘까. 내가 하게 될 일 못지 않게 ‘얼마 주나’라는 질문을 많이 할 것이다. 난 그렇다.
직접 묻지 못하는데 궁금해 미치겠다. 어느 회사는 일괄 호봉으로 퉁치고, 어디든 깎을 수 있으면 깎겠다는 심정으로 연봉 협상을 한다.
솔직히, 기업은 입사자들 연봉 정보 다 알고 있으면서 직원은 공개하면 왜 안 되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날 앉혀 놓고 상사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연봉은 너만 알고 주위에 말하지 말아라” 알리고픈 수준도 아니었다만… 경력 채용할 때는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 수준을 증명서를 받아가며 알려고 들면서, 왜 입사 지원자에게 ‘네가 하던 일을 하던 예전 직원은…’ 이라며 연봉 수준을 미리 안 알려주나?
(사람 뽑아 본 적이 없어서 하는 푸념이다만)
사람 없다는 회사는 많은데 그 사람을 구하려고 업무 환경이며 복지 혜택을 갖추려 노력하는 회사는 잘 안 보인다. (있겠지)
그런데 늘 그렇지 않나, 돈 내는 사람은 그 돈이 아깝고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일하는 것에 비해 받는 돈이 짜다. 자연의 섭리 같은 거다. 가사 도우미와 내 애를 돌봐줄 이모님 구한다는 글에도 ‘싸게’와 ‘믿고 맡기고’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내 집 아니고 내 애가 아닌데 내 집처럼, 내 애처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많겠나. 내 일이어도 하다가 지치고 때려치고 싶은데 남일이면 더하지. 그러면 그걸 참고 일할 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다.
잡설이 길었다. 회사가 아닌 구직자 처지에서 신박하고 신박한 사이트 ‘크레딧잡’은 그래서 반가웠다. 크레딧잡은 국민연금에서 받은 데이터를 구직자에게 필요한 정보로 보기좋게 다듬어 보여주는 사이트다. 그 정보는 이런 거다. 이 히사가 얼마나 오래 되었으며, 직원은 몇 명 있고 연봉은 얼마나 주는지이다.
국민연금은 임금 수준에 따라서 낸다. 월급이 434만원이면 회사가 내는 국민연금은 19만원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기업의 연봉 수준을 알 수 있다. 허점은 있다. 월급이 434만원이어도, 534만원이어도, 1억이어도 국민연금은 19만원을 내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회사는 모두 같은 급으로 계산한다. 국민연금에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레딧잡은 대기업보다 연봉 5천만원 이하를 지급하는 회사의 정보가 더 정확하다.
이 신박한 사이트는 나온 지 이틀이 안 되어 사람들이 몰려갔다. 다들 ‘미쳤다’라며 공유했다. 사실 보면, 별 것 없긴 하다. 상장사이면 공시하는 정보다. 그렇지만 비상장사는 다르다. 일반인이 기업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크레딧잡이 신박하고 미친 거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구직자 처지에서 이 정도라도 알게 되는 게 어딘가.
이 사이트는 나온 지 3일째,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서비스 오픈하기 전 반 년 동안 법을 위반하는지 검토하였으나 국민연금에서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단다. 쳇.
PS
크레딧잡을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매체조차, 자기 회사 정보 대신 다른 회사 정보를 캡처해 쓸 정도이면 이 사이트가 얼마나 미쳤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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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잡은 오늘부터 이런 화면을 내보낸다. 이 글은 쓰고 하루 뒤 공개한다.
PS
접속해도 소용 없겠지만(서비스 중단했으므로) 크레딧잡 웹사이트 주소를 남긴다. https://kreditjo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