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네오위즈인터넷←아인스디지털즈←벅스테크”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이 웹사이트가 나오자 푹 빠졌을 겁니다. 온갖 노래가 다 들었죠. 전 동생이 쓰다가 알려줬습니다.
노래를 들려주는 이 웹사이트는 2000년 등장하고서 13년 동안 운영하는 회사가 네 번 바뀌었습니다. 벅스의 첫 회사는 벅스테크였습니다. 벅스는 그때에 이름이 달랐습니다. 벅스뮤직이었죠.
요즘 '스트리밍, 스트리밍~' 하는데 벅스는 태생부터 스트리밍이었습니다. 음악을 내려받지 않고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집에 음반이나 녹음해둔 테이프나 CD가 없으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노래를 듣기 어려운 시절(그런 시절이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벅스뮤직에 가면 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 그런데 이 노래들을 저작권자에게 허락받지 않고 올렸습니다. 벅스뮤직이 인기를 끌자 이 방식이 수면 위로 올라와 문제가 되었고, 벅스테크 대표는 사용자 정보를 보험회사에 판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때부터 음악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자의 인식이 안 좋아진 게 아닐까요. 음악 산업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서비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멘트를 듣거든요. 한 번 찍힌 이미지가 주인 바뀌고 10년이 되도록 이어지는 거지요.
2007년, 벅스는 벅스테크에서 아인스디지탈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2년 뒤엔 네오위즈로 바뀌었습니다. 그 해에 벅스를 운영하는 회사 이름은 '네오위즈벅스'가 되었지요. 2000년대 초 인터넷 채팅과 1인 방송 문화를 만든 세이클럽과 벅스가 한살림을 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아직도 세이클럽에 들어갑니다. 아주 가끔~, 세이클럽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 옛날 찬란했던 모습을 그리면서요. 그 유명한 대도서관 님도 세이클럽 방송을 했었대요. 제 친구는 좋아하는 방송을 녹음해서 MD플레이어에 넣고 다녔답니다)
2010년 네오위즈벅스는 네오위즈인터넷으로 이름을 한 번 더 바꿉니다. 그러면서 모바일 게임에도 손을 댔죠. 네오위즈 창업자들이 넥슨에서 나온 분들이죠. 그런데 네오위즈인터넷 안에서 모바일 게임은 빛을 내지 못했습니다. 음악 게임이 인기를 끈 적이 있지만, 결국 네오위즈인터넷은 게임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6월 네오위즈인터넷의 최대주주인 네오위즈홀딩스는 이웃사촌 NHN엔터테인먼트에 지분 일부를 팔았습니다. 최대주주의 자리를 NHN엔터테인먼트에 물려주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2011년 IT산업을 취재하며 만난 벅스의 개발자, 서비스 기획자들은 늘 밝았습니다. 그중 저보다 나이 많은 분, 나이가 적은 분도 있었는데 눈빛은 늘 반짝였고, 벅스란 서비스를 한시도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벌새가 쉼 없이 날갯짓하고 물고기가 쉬지 않고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것처럼 벅스를 들들 볶았습니다. 여기저기 쑤시며 이렇게 저렇게 다듬으며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다 보니, 기자들에겐 공짜로 주는 쿠폰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분들에게 당당한 소비자이자 사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_+!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묻고 싶었거든요. 불편한 건 보는 즉시 제보하고 싶었고요. (자동결제를 하지 않아 이용권 새로 구매하는 걸 깜빡하여, 노래를 듣다가 1분 만에 끊어져 당황할 때가 있긴 합니다)
벅스는 이제 오롯이 제 이름으로만 나아갑니다. 오늘 2015년 8월 11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바꿨습니다. 주식회사 벅스입니다. 이 이름엔 옛 최대주주인 네오위즈홀딩스나 지금의 최대주주인 NHN엔터테인먼트의 냄새 따윈 나지 않습니다. 신임 대표가 NHN엔터테인먼트의 인물이란 건 따로 떼어 보지요.
저는 벅스가 앞으로도 쓰는 재미가 있는 음악 서비스이면 좋겠습니다. 노래만 들을 거라면, 아무거나 써도 됩니다. 토렌트에서 떠도는 mp3 파일을 내려받으면 그만이고요. (제 주위엔 이런 유혹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ㅠㅠ) 분들에게 자극받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전 저를 가만 내버려두는 타입이거든요. 뒤척이기라도 해야 할 텐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안녕, 벅스! 안녕? 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