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nfest conf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쇼 Oct 15. 2017

놀러오세요

‘데이터야놀자’ 관찰기 (1)

이 글은 ‘데이터야놀자’란 행사 관찰기다. 이 행사는 2017년 10월 13일 한빛미디어 사옥에서 하루 종일 + 롬바드 게스트하우스에서 밤을 넘겨가며 열렸다.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사람의 축제란 기조로 진행되는데 운영진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정 회사나 특정 기술 또는 언어에 종속되지 않는 걸 철학으로 하며 기업 후원으로 운영된다. 나는 올해 2017년에서 이야기꾼을 맡았다.


모든 건 그날 시작했다. 


네이버의 새 서비스 디스코 100일 파티장에서 국물님을 만난 날이다. 어쩌다 마주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첫만남에서 국물님이 한 말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저는 라인 다니고 있는데요, 데이터야놀자란 행사..." 음, 뭐지. 이런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직장인이면 보통 속한 회사와 부서명 또는 직무를 말한다. 그런데 국물님은 부서명이나 하는 일은 건너뛰고 가욋일을 말했다. 덕분에 지금도 이 분이 라인에서 하는 일이 뭔지 모른다.


국물님의 본명은 민경국. 별명을 국물로 지은 건 '말아먹는 데 도가 터서'라고. 


소갯말에서 이분 캐릭터 독특함을 감지했다. 행사에 대해 더 듣고 싶다고 하니, 청산유수다. 행사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들었고, 후원사를 찾는다는 걸 알게 됐다. "경품으로 웨이브 주면 좋겠는데..." 대화 소재는 떨어졌고, 이날 행사 경품으로 웨이브가 있어서 본인도 모르게 한 말인 걸까. 마침 나도 화제가 떨어져서 "여기 홍보팀 왔던데 얘기해보세요" "저 분 만나서 인사하면 도움될지 몰라요"라며 대화 대신 지인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국물님이 행사 경품 추첨에 당첨되자, 마이크 잡고 소감을 말하며 데이터야놀자를 홍보했다. 으잉-



데이터야놀자는 오픈소스와 커뮤니티 더 나아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추구하는 즐거운 데이터 축제입니다. 후원하는 기업이나 발표자보다는 참가자 모두가 즐겁게 데이터의 세상을 즐기는 작고 따듯한 축제를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야놀자 홈페이지에서)






정말 즐거운가 보다. 


...


부럽다.






어떤 도움이든 주고 싶은데, 내겐 후원할 돈이 없고. 디스코 파티 후기 글에 언급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런 저런 데서 '데이터야놀자'란 이름이 보이면 빵빵한 후원할 만한 회사의 담당자가 '여긴 뭐지'라며 관심이라도 갖겠지.


라며 글을 쓰다보니 국물님과 대화도 하게 됐다. 



데이터는
거들 뿐,
‘놀자’가 주예요.

지루하면
꽝이죠.



그런 게 어디 있남. 다들 바쁜 시간 쪼개서 가는 행사일 텐데 머리 질끈 묶고 공부해도 모자를 판에.


데이터야놀자 홈페이지에서


그런데 행사 준비하는 일에도 ‘놀자’를 강조한단다.



‘놀자’가 중심이라 

마감 이런거 없고 
잠수 환영하고 
열심이 안하고 

이런 주의이거든요.




엇,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슬슬 발을 빼야겠다 생각하는데 흐음, 위 멘트를 곱씹을수록 수긍하게 됐다. 몇 명이 모이든 행사 참석하는 데에 드는 기회비용은 각자에게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즐거워야 내년에 오고 이듬해 또 오고, 주변에 알릴 것 아닌가. 그리고 공부만 하고 싶었다면 학술 행사를 가면 될 일이다. (멘트 of 운영진 김재희 이브레인 이사님) 또, 행사 준비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참석자도 발표자도 즐겁지 않을까.



‘이거다, 이거야’


나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며 


이런 모드가 됐다.





그래서, 어찌저찌 오거나이저 목록에 이름 박혔다.

긴 시간, 체력까지 들이며 일한 분보다 소갯말 분량이 길어서 민망하지만.


한 일도 없이, 국물님에게 '여기 연락해보시라', '눈 딱감고 메시지 보내보라'고 부추기다 오거나이저에 이름 박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