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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Oct 15. 2017

데이터는 거들 뿐, 놀아요, 놀아

데이터야놀자 관찰기 (2)

이 글은 ‘데이터야놀자’란 행사 관찰기다. 이 행사는 2017년 10월 13일 한빛미디어 사옥에서 하루 종일 + 롬바드 게스트하우스에서 밤을 넘겨가며 열렸다.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사람의 축제란 기조로 진행되는데 운영진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정 회사나 특정 기술 또는 언어에 종속되지 않는 걸 철학으로 하며 기업 후원으로 운영된다. 나는 올해 2017년에서 이야기꾼을 맡았다. (피처드이미지: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https://photos.app.goo.gl/Flrbxy1UOMckicwE3)






농담인줄 알았다. 운영진도 즐거워야 한다며, 잠수 환영, 일 안 하기 환영이란 말을 흘려 들었다. 그런데 진짜였다. 일단 나부터. (지난 글 읽기: 데이터야놀자 관찰기 (1): 놀러오세요)


이야기꾼으로 오거나이저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털레털레 오후에 갔다. 지신밟기까지 하며 정석을 밟아 진행된 행사인데도. 도착하니 오전부터 세션 들은 사람들은 수다 떨며 쉬는 타임이었다. (세션 듣는 사람 3분의 2, 쉬는 사람 3분의 1 느낌)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이런 것들이다.


한빛미디어 새 사옥 멋지군.
맞게 찾아왔군.
캠핑 의자 초이스 굿.
장비빨인가, 더 있어 보이는군.
불 붙여도 될까.
이 무거운 솥단지
침대엔 아무도 눕지 않는군.
캠핑 장비 전시 행사 같군. (저 초록색 의자 아무나 가져가랬는데 아깝다. 챙기는 걸 깜빡)
넥슨 채용 부스
레진 채용 부스
쿠팡 채용 부스. 쿠팡은 무려 다이아몬드 후원사. 이 행사만을 위한 티셔츠, 컵을 만들었다.
응시
밖에서 보니 있어 보이는 분위기



내가 도착하기 전엔 ...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마술쇼 (상상발전소의 무중력인간. 출처: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https://photos.app.goo.gl/bjzHgdkjWCYATQCY2)
미디어아트 전시(출처: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https://photos.app.goo.gl/bjzHgdkjWCYATQCY2)


지신밟기하는 풍물 동아리 음마깽깽(출처: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https://photos.app.goo.gl/bjzHgdkjWCYATQCY2)
공연단 기념사진마저 남다른. (출처: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https://photos.app.goo.gl/bjzHgdkjWCYATQCY2)


엄.... 이 행사는 그러니까, 데이터 사용자의 축제이니까, 축제면 즐거워야 하니까, 이렇게 열 수도 있겠구나. (낯섦을 이렇게 결론 내림)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이 행사 꽤 진지했다. (행사 프로그램 보기)




데이터야놀자는 한빛미디어 새 사옥의 빈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한빛미디어는 2017년 가을 망원역에서 홍대입구역 근처 동교동 삼거리로 이사왔다. 겨울엔 절대 출근하고 싶지 않은 오르막에 있는데 건물은 정말 좋다. 나중엔 이 건물에서 아카데미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거라 강의실도 있다. 강의실은 좁은 것, 넓은 것, 아주 넓은 것 3가지 버전을 썼고, 팟캐스트 녹음실은 패널토의 사전 회의실과 후원사인 네이버 클로바의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 체험실로 활용했다. 기업이 여는 개발자 행사랑 비교하면 동선도 장소 활용도 허점 투성이겠지만, 전문 행사꾼이 아닌,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하는 행사란 걸 알기 때문인지 이마저도 좋아 보였다.



이런 화살표도 재미났다. 돌아서 가라는 건가? 직진인가? 한참 고민했던 화살표다. 운영진 중 한 명인 김재희 님이 그린 건데 화살표를 곡선으로 그린 건 장난으로 한 게 아니고, 설계 도면에서 쓰는 표시라고 했다. (화살표를 자세히 보면 심하게 굽은 곡선을 누군가 직선에 가깝게 수정한 걸 알 수 있다. @.@ ) 이정표마저 어수선한 행사였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관찰 결과, 데이터야놀자 발표자와 참석자는 취미로 데이터를 만지작거리는 사람, 현업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 다루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 취준생인데 공학 쪽으로든 마케팅 쪽으로든 데이터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 학생인데 데이터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사람, 채용에 관심 있는 사람 등등 다양했다. 발표 내용 상당수가 데이터로 무언가를 구현한 얘기였으나 그렇다고 개발자만 들으러 온 건 아니었다. (면면이 궁금하다면 아래 사진 보고 가늠해보시길)


참고: 발표자 목록발표 계획


발표자와 참석자 전원이 나온 사진은 아니고, 저녁 8시쯤 찍은 사진. 아는 얼굴을 찾아보자. (출처: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





데이터야놀자는 발표 내용을 녹화하지 않았다. 녹화한 세션도 있었으나(패널토의) 하지 않는 걸 기본으로 했다. 발표자가 이런저런 신경쓰지 않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 다하도록 영상은 찍지 않았다. 이 결정을 존중하지만, 재미있는 발표가 그냥 흘러가는 건 아쉽다. 그래서 세션 일부를 아주 간단하게 소개한다. 발표 그대로는 아니고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서 써본다. 모든 발표는 여기 적은 것보다 백배 천배 재미있고 흥미로웠음을 밝힌다.



데이터는 분석+도구+도메인 지식 3박자를 갖춰야

제조 데이터의 특징 이해와 분석과 엔지니어링 융합에 대하여 by 박준용


(숫자 가득한 테이블을 보여주며) 암호 같을 거다. 기계 데이터인데 이쪽 산업을 모르면 추측도 못한다. 결국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게 다가 아니다. 내가 꼽는 필수 역량은 세 가지다. 데이터 마이닝 능력과 데이터 엔지니어링 지식, 업에 대한 이해도 (특히, 제조업에선) 기존에 일을 하던 분들은 이 셋을 어떻게 다 갖추냐고 여기는데 신입 사원은 세 가지 모두 당연히 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분석 따로 툴 따로가 아니라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연봉도 높아질 것이다.



물마시는 것도, 밥먹는 것도 구글 캘린더에 적으면 내가 보인다

데이터로 시작하는 작심삼일 (Feat.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 by 맹윤호


IBM 왓슨 팀에서 일하지만, 발표 내용은 습관 기록이다. 구글 캘린더에 나의 하루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구글 앱 스크립트로 구글 캘린더 일정을 가져온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로 일일 보고서를 만들어 쓴다. 나에 대해 몰랐던 점도 알게 됐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잠을 많이 잔다. 일할 때 기분이 좋지 않고 온라인 게임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반대였다. (그래서 패키지 게임을 하기로 +_+)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게 동기부여가 되느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엔(보고서를 보면 다 드러나므로) 잠들기 전 독서 30분이라도 하게 된다. 내년엔 책을 내고 싶은데 하루에 14페이지씩 써야 끝낼 수 있다. (이게 생활이 되서인지, 목표를 세우고 해당 목표를 이루려면 하루에 얼만큼 해야 하는지 계산이 빠르게 되는 듯)



나, 잘하고 있는 것 맞겠죠

AI업무 징징징 by 임도형


(제목 그대로였던 발표. 인공지능 업무의 환상이 아닌 현실을 얘기했다) 10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다 대학원 전공(신경망, 패턴인식, 컴퓨터비전을 공부)을 살려서 인공지능 팀에서 일하고 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하지만, 멋지기만 한 직업은 아니다. 쌓인 데이터을 정제하고 추리는 일을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문제를 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상 가능하다, 밤새워 하면 언제쯤 끝날지 감 잡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될지 안 될지 예측 불가하고 해봐야 안다. 관련 자료는 엄청난 속도로 밀려와 읽는 양보다 읽기 목록에 저장하는 양이 더 많다. 내가 읽고 보고 아는 한도에서 문제를 풀 수 있으므로 배울 게 산더미인데... (정신건강에 안 좋다 ㅠㅠ) 문제를 풀고 나면 인공지능 이론을 깊이 있게 다룬 멋진 논문 한 편 나올 것 같지만, '이렇게 해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로 땡이다. 손들고 지원한 자리이지만, 허풍쟁이가 될까 두렵다. (나 홀로 내린 결론: 환상 속에 인공지능 없다, ㅠㅠ 어느 분야든 현실은 멋지지 않다능. 발표 제목이 '징징징'이어서 보람찬 점은 빼고 발표했단 걸 감안하고 읽었기를 바란다)





데이터야놀자 참가자 중 학생과 취준생이 껴서 내가 들은 것처럼 비전공자가 분위기 가늠할 발표가 섞였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용 티켓을 따로 빼놨다) 저녁에 진행한 패널토의도 그랬다. 어렵사리 표 구해서 각잡고 공부하러 오는 사람에겐 기대에 못미칠 것 같다. 그런데 이제 막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하던 일 놓고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에겐 하루 즐겁게 보내며 비슷한 일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였을 것 같다. 트렌드 훑으려 여러 IT 행사 섭렵하는 사람은 신선함을 느꼈을 거라 짐작한다. (불만 안 지폈다뿐, 캠핑장에서 얘기 나누는 듯한 느낌, 패널토의는 모닥불 가운데 두고 딥토킹하는 분위기였다. 지식 전달보다 같이 얘기하자는, 정답 추구보다 공감이 우선인 듯했다)


언론에서는 인공지능이 당장 세상을 바꿀 것처럼, 데이터를 분석하면 모든 걸 해낼 것처럼 말하지만, 기사 내용대로 되려면 임도형 님 발표 내용처럼 지난한 작업을 해야 한다. 그 작업이 언제 끝날지 누가 알까. 환상과 공상과 상상이 뒤섞여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란 키워드는 점점 높이 떠받들어져 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보내진다. 지금 유행이 언제 다른 키워드로 바뀔지 모른다.


서른 개가 넘는 발표 중 극히 일부만 들었지만, 발표저와 패널토의 참석자들이 현재의 동료와 미래의 동료(참석자 중 학생과 취준생이 많았다) 에게 툴과 기술에 매몰되지 말자고 말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진행 방식이 진지하지 않고 엉뚱한 이런 이상한 행사(!!!)에 기꺼이 연사로 나선 게 아닐까 싶다. (놀면서 얘기해요~) 참석자로선, 어깨 들썩이는 행사 분위기 덕분에 발표자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여 좋았다. (무얼 말해도 다 좋게 들리는 효과)






이 행사에 내가 어쩌다 발 들였는지 모르겠다. 친화력 짱인 민경국 님(a.k.a. 국물님) 덕분이다. 그, 그럴까요, 라고 멈칫할 새 없이 운영진 멤버 하현주 님을 소개받았다. 나머지 멤버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익혔다. (소갯말이 너무도 생생해서 행사의 가장 마지막 프로그램인 대마고, 배재고 학생과 게스트하우스에서 토킹 시간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하는데 '어디서 들어본 얘긴데..., 처음 만났는데 내가 왜 저 사람 이력을 알지'라며 섬뜩함을 느꼈다. '나에게 이런 능력이!'라면서... =_=;;;;;; ) 하정철, 조승완, 김태준, 강민구 님은 실제 보니 기사보다, 들었던 것보다 유쾌했다. 민경국 님이 운영진은 내게 마감 없고 잠수 환영하고 일하지 않는 주의랬는데 뚝딱 행사를 잘도 진행했다.



운영진과 남아서 정리한 사람. 어, 저기 발표자 임도형 님도 있다.





PS. 행사 끝나고 이틀만에 '운영위 참가하고 싶다'고 손 든 분 나타났습니다. 같은 마음인 분 계시면, 미력하나마 도움드리고자 2017 운영위 분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이 약속은 그분들이 절 차단하기 전까지 유효합니다 +_+) 제가 아는 운영위 분 페이스북 계정: 하현주하정철, 조승완, 민경국, 김태준, 김재희강민구 


PS. 후원 예약 문의: 놀장 강민구 님에게


PS. 행사 모습은 데이터야놀자 구글포토에 가면 더 많이 있습니다. 참고로 누구나 업로드 가능합니다. https://photos.app.goo.gl/bjzHgdkjWCYATQC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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