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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Nov 25. 2015

위키백과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다

함께 해요~

위키백과를 방문한 적 있나요? 전 자주 갑니다. 용어나 사건이 궁금해서, 인물을 알고 싶어서 가는데요. 구글 검색 결과를 따라서 또는 wikipedia.com으로 접속해서 궁금한 내용을 찾습니다. (wikipedia.org, wikipedia.or.kr로 접속해도 됩니다)

위키백과는 온라인 사전입니다. 웹에서 출발하여 분량제한이 없죠. 표제어 수, 글자 수로 따져도 세계 최대입니다. 영어 표제어는 5백만 건, 한국어는 33만 건, 이보다 더 방대한 사전이 있을까요.

위키백과는 영어판으로 시작했습니다. 2001년 생긴 ’누피디어’라는 무료 백과사전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미 웨일스는 지금의 공동 편집과 위키 방식을 누피디어에 도입했다가 반대에 부딪히자 위키백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200개 언어 사전이 있지요. 언어별로 주소가 달라지는데요. 영어판은 en.wikipedia.org 일본어 판은 ja.wikipedia.org  한국어 판은 ko.wikipedia.org 입니다. 굳이 이렇게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 wikipedia.org로 접속하면 원하는 언어를 골라서 검색해도 됩니다.

저는 위키백과를 쓰면서도, 그리고 이 위키백과가 집단지성의 산물이란 걸 알면서도 만드는 사람에 대하여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간 내외신에서 본 기사는 위키백과는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사전이라면서 공격하거나 설명할 때는 하나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만드는 듯 얘기합니다. 모두가 만드는 사전이라는 특성을 배제한 채로 “위키백과에 오류가 있다”, “위키백과가 잘못된 걸 고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위키백과는 누구나 고칠 수 있으니까 오류를 발견한 사람이 고치면 됩니다.



어쩌다 만난 위키백과 활동가


위키백과를 미디어가 바라보는 시선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 건 몇 년 안 되었습니다. 위키백과 활동가를 만나고 나서 하게된 생각들입니다. 저에게 ‘위키백과 활동가인데’라고 처음 소개한 분은 정철 다음 사전팀장입니다. 블로터에서 일하며 포털의 사전을 취재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아, 위키백과 쓰는(편집) 사람이 실존하는구나’ 그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종종 면대면 모임을 한다는 얘기에 어찌나 낯설었던지요.


위키백과 활동가와 첫 만남, 지미 웨일스


그러고서 간 지미 웨일스와 위키백과 활동가 만남. 한 활동가가 트위터로 지미 웨일스에게 ‘한국 한 번 안 오냐, 오면 우리와 만나자’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지미 웨일스가 ‘나 곧 서울 갈 일 있는데 만나자’라고 대꾸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위키백과 활동가의 실체를 보았습니다. 지미 웨일스부터 한국 위키백과 활동가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어디 흔한 일일까요.

중학생부터 번듯한 직장인과 교수님까지 위키백과 활동가들은 다양했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헤어지고서 저는 그날의 모임을 짧은 기사로 소개했습니다.


[현장] “지미 웨일스, 만나서 반가워요”

이 모임이 아이디어에서 실제가 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기 가면 논의 내용을 볼 수 있어요.



위키백과 활동가와 두 번째 만남 '여성과 위키백과'


두 번째 만남은 두 달 전에 있었습니다.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가 서울시립미술관과 ‘판타시아 에디터톤’이라는 행사를 한다는 공고를 웹 어디를 흘러다니다 본 거지요. 주말 행사였는데 냉큼 신청했습니다. 위키 편집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거든요. 무엇보다 이 행사를 연 취지가 제 맘에 들었습니다.

위키백과 활동가 열 명 중 9명이 남성입니다. 위키백과 전체에서도, 언어별로 내려가도 그렇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사무국장인 구은애 님은 그동안 위키백과 활동가 모임에 나가면 여성은 늘 본인 한 명이었다고 했습니다. 이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따질 문제는 아닙니다만, 위키백과가 세계 최대 백과사전이고 모두가 참고하는 참고서적이라는 점에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남성의 시각으로 쓰인 사전이라는 점에서요.

(이 글을 쓰며 드는 생각인데 그럼 제가 어릴 때 보던 사전은 편집자의 성비를 맞췄을지 의문입니다. 문제시한 글을 아직까지 제가 본 적이 없다는 건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거나 동등한 시각에서 서술했다는 거겠죠. 전자와 후자,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위키백과는 그러니까 남성이 쓴 사전입니다. (너무 단정적인가요) 따라서 여성의 활동이나 저명인사 가운데 성별이 여성인 사람의 항목은 적을 수밖에 없겠죠.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내부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에디터톤’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지부마다 돌아가며 강제로 열어야 하는 건 아닌데 문제의식을 공감하기 때문에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도 여기에 동참해 2015년 9월 ‘판타시아 에디터톤’을 열었습니다.

큰 꿈을 품고 참가 신청을 했으나 당일 지각했고, 여성 활동가(이날의 주제는 여성과 예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예술적 소양이 부족)를 잘 알지 못하여 빡빡하게 채우기는 커녕 작품 이력 한 줄을 쓰는 데에도 애먹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그것만 했네요. 위키문법을 모르거니와 또, 할 얘기가 없는 분에 대한 문서를 채우려고 한 게 무리였습니다.

제 결과는 형편없었지만, 저는 그날 이후로 위키백과를 쓰다가 ‘이거 문장이 틀렸네’라거나 ‘링크 넣어주면 좋을 텐데’ ‘이게 빠졌잖아’라는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었고, 두어 번 직접 고쳤습니다. (어찌나 떨리던지요. 다른 활동가가 이 항목을 고치기 전까지는 제가 편집한, 비록 단어 몇 개에 불과하지만, 내용을 모두가 보는 거잖아요)

CC0 https://ko.wikipedia.org/wiki/%EC%9C%84%ED%82%A4%EB%B0%B1%EA%B3%BC:%EC%97%90%EB%94%94%ED%84%B0%E

위키백과 활동가와 세 번째 만남 '위키컨퍼런스 서울 2015'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가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연 첫 공식 회사 ‘위키컨퍼런스 서울 2015’ (그냥 드는 궁금증입니다만, 한국 위키백과 활동가의 오프 모임의 이름은 매번 다른 듯?)

https://ko.wikipedia.org/wiki/%EC%9C%84%ED%82%A4%EB%B0%B1%EA%B3%BC:%EC%98%A4%ED%94%84%EB%9D%BC%EC%9D

11월 21일 구글 캠퍼스에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열린 이 행사에, 전 가려고 했거든요. 혼자서라도. 그런데 영광스럽게도 사무국장님이 절 초대했습니다. 판타시아 에디터톤에 참석한 경험을 얘기하자는 거였습니다. 여성 활동가와 활동가인지 아닌지 애매-한 여성 한 명이서 위키백과에서 여성 표제어가 적고, 활동가도 적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일들을 묶어서 얘기하자고요. 그날 과외선생님으로 봉사활동한 분들도 얘길 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서 놀랐습니다. 제가 지켜본 그 분들은, 같은 걸 반복해서 설명했거든요. 다들 묻는 게 같아서 전 ‘진짜 귀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보람있었다’고 말하여 놀랐습니다.(전 그렇게까지 착하지 않아서)

위키컨퍼런스 서울 2015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어 보였던 점입니다. 대부분은 혼자 온 듯이 보였습니다. 전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를 찾아 벽쪽에 앉아서 행사 시작하기 직전에는 가운데 의자가 비었던 것도 낯설었고요. 그리고 입구에서 티셔츠를 나눠주며 ‘입고서 이름 쓴 스티커를 붙이라’는 말에 살짝 주늑도 들었습니다. 안 입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느꼈는데 다들 입으셔서 !!! 저도 입었습니다. 각자 활동하는 분들인데 이런 안내에 따르는 모습도 신기. 위키백과를 편집하는 사람은 많아도 통일된 형식으로 쓰이는 건 원칙과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키려고 노력(그냥은 안 될 것 같아요)하는 덕분이겠지요.

(위키컨퍼런스 서울 2015 후기는 따로 쓰려고 합니다. 정리할 내용도 많고요.)

CC0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peaking_in_WikiConference_Seoul_2015_2.jpg?use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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